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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1.29 패킹패킹
  2. 2013.07.21 5 3 0 6
  3. 2013.05.05 키미코(Kimiko)
  4. 2013.05.02 모스크바 쪠례목(Теремок) 4

패킹패킹

데日리 2015. 1. 29. 15:20


여행가는 짐 싸는 건 참 좋은데 이사가는 짐 싸기는 정말 싫다.

모스크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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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日리 2013. 7. 21. 07:58



2012년 2월 8일, 오늘로부터 530일 전. 모스크바에서 첫 날.


나의 러시아 여행을 기억해보면 나는 용감했거나 무식했다.

러시아 여행에 대한 사전 정보 하나 없이(한국어로 된 가이드북은 진짜 다 최악이였어!) 

단순히 마트료시카가 좋아서, 폴란드에 가는 길에 공짜로 경유할 수가 있어서(물론 비자는 발급 받았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 

계획적이면서 충동적인 여행을 감행했던 모스크바.


당연히 부모님은 반대하실 것이 뻔해 나 혼자 계획하고 비행기 변경하고 비자 받고 결정한 모스크바 여행.


인천에서 9시간을 날아 도착한 모스크바 쉐르미찌보 공항. 

탁씨의 유혹을 물리치고(사실은 탈 수가 없었음. У меня нет денег...)

아에로익스프레스를 타고 도착한 벨라루스까야 역에서 디마의 부탁으로 영하 20도의 추운 모스크바의 밤에 

쌩판 모르는 사이인 나를 몇시간이나 기다려주고 추운데 모자 왜 안 썼냐며 자기 모자까지 벗어주던 안드레이.

안드레이의 안내로 디마네 집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허기를 채우자마자


"뭐 보고싶어?"

"엠게우의 야경!"


그리고 곧바로 디마가 모는 차를 타고서 본 엠게우의 야경.

도착하자마자 디마에게 물었다


"예쁘다가 러시아어로 뭐야?"

"끄라시바!"

"진짜 예쁘다, 끄라시바!"


너무 웅장하고 멋있어서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더라.

하긴 내가 태어나서 처음 가본 아시아가 아닌 곳이니까 더 감동을 받았던 것 같다.


이 순간부터 러시아어를 배워볼까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붉은 광장에서 바실리 성당을 보고

영하 25도의 모스크바의 겨울의 추위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던 끄레믈의 가운데서

나와 서투른 영어지만 대화를 어떻게든 이어가려고 노력해주신 디마 어머님과 제대로 이야기 해보고 싶어서

그리고 후에 했던 우크라이나, 아르메니아, 그루지야 구소련 지방에서의 여행과 

슬라브어권에서의 즐거운 기억들 때문인지,

아니면 유럽연합에 대해서 공부를 하기 싫었던 건지, 스페인어가 싫었던 건지...

결국에는 이중전공을 러시아학과로 바꿨다.

 

중간에 이중전공을 바꾸다보니 이전에 들었던 스페인어 6학점은 한마디로 쓰레기통 行.

모자른 학점 때문에 알파벳을 배우면서 2학년 작문수업과 회화수업을 병행했다.

회화 첫 수업시간에 "방학에 뭐 했니?" "일 했니 쉬었니?"를 못 알아들어서 완전 당황하고

뜻도 모르면서 눈치껏 과거변형만 해서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대답해서 다행;;;

 

게다가 저번 학기 시간표가 아주 정말 너무 거지같았는데, 

다시 봐도 대학교 갓 입학한 1학년이 수강신청 망해도 안 나올 시간표의 모습이었다.

주 5일 수업, 1교시 3번(학교 멀리 다니는 나에게 이것은 아주 고역임.), 

1278(즉, 3456교시, 4시간동안 공강...),

한 수업 들으러 학교 오기(이것 또한 학교를 멀리 다니는 나의 잘못이오.), 123456 3연강...

20학점을 다 2학점 수업으로 채운 덕분에(그 중 러시아어는 16학점) 

수업을 10개나 들어야해서 이렇게 시간표가 이상해져 버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2학년 러시아어 작문과 회화 수업에도 그럭저럭 적응해서 

대답도 하는 수준까지 레벨업(!)하고

4학년 러시아 정치 경제 수업도 겨우겨우 잘 따라가고 그럭저럭 잘 적응했던 것 같다.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성적이 너무 잘 나왔고 

심지어 내가 다닌 5학기 중에 제일 좋은 성적이 나오기까지 하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학교 성적 장학금도 받았다!

한학기 내내 친구도 못 만나고 놀지도 못하고 공부만 한 보람이 바로 여기서 나오는가보다ㅠㅠ

 

솔직히 장학금 공지 보고 눈물 찔끔했다. 

물론 전액 장학금도 아니고 누구에게는 장학금받는 것이 별로 큰 일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나같이 게으르고 집중 못하고 노는 거 좋아하는 애가

놀지도 못하고 한학기 내내 학교 집 학교 집, 잠은 이동중에 버스에서, 

sleep is for the weak!!! 제대로 실천하면서

4개월이나 산 보답을 얻은 것 같아 너어어어무 기뻤다.

 

다음 학기 러시아어 17학점이 몰아칠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무섭고 겁나고

지금 이렇게 하고싶은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없다는 걸 생각하면 아쉽기도 하지만 

러시아어 수업이 생각보다 많이 그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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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미코(Kimiko)

듣기/外 2013. 5. 5. 19:25

밴드 이름만 들으면 자칫 일본과 관련된 밴드로 보이는 크로아티아의 키미코(Kimiko). 

나 또한 일본문화를 좋아하는 크로아티아인들이 만든 밴드라고 생각했는데 

노래나 트랙 리스트를 보면 전혀 일본과는 관계가 없는듯.


크로아티아어로 된 노래가 듣고 싶어서 인터넷을 뒤지다가 찾아낸 밴드.

하지만 안타깝게도 출신만 크로아티아일 뿐, 노래는 영어로 하신다.


키미코는 베이스와 보컬, 피아노를 담당하는 'Lora Šuljić(로라 슐리츠)'

타와 보컬, 피아노를 담당하는 'Zoran Pleško(조란 플레슈코)' 두 명의 멤버로 구성되어 있다.

크로아티아(Croatia)의 자그레브(Zagreb) 출신 두 사람은 다양하고 실험적인 음악을 하는데,

자신들의 음악을 'burdened pop'이라고 칭한다. 근데 burdened pop은 뭘까? 부담되는 팝인가-_-


이들이 2011년 11월 22일에 발매한 'From Our Room to Yours' 앨범.

아직 후속작은 나오지 않고 있다. 


큰 활동은 없는 것 같고 간간히 자그레브에서 클럽 공연정도 하는듯.



페이스북 페이지의 자기소개


"Story about Kimiko is a common next door love story. 

Girl meets boy, boy fells in love with her pink hair 

and they put it all into their music ever after."


귀엽다.



그나저나 이 밴드가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앨범 속 두 수록곡, 'Berlin''Moscow' 때문.



베를린은 내가 유럽에서 제일 좋아하는 도시. 수 많은 도시를 가봤지만 베를린만한 도시가 없다.

다른 여타 유럽 도시에 비해 볼 것도 크게 없고 거나한 관광지도 아니지만 베를린은 베를린이니까 좋다.

(이유가 굉장히 이성적이고 합당하지 않음.)

아! 합당한 이유를 찾았다. 베를린에는 클럽 마테(Club-Mate)가 깔렸다. 

내 사랑 클럽 마테! Ich liebe dich, Club-Mate!



모스크바. 말로 해서 무엇하리. 모스크바. 모스크바. 모스크바. 그냥 이름을 읊기만해도 설렌다.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떠났던 곳이라 그런지 모스크바하면 어린(그래봤자 고작 1년반 전.)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앨범 타이틀곡 A 47

가사를 보면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듯한 주인공이, 내 안의 또 다른 나에게 


"A 47을 너에게 사 줄테니, 날 쏴줘." 




댓글도 없고 조회수도 148밖에 안 되지만 이런 깨알같은 인사도 잊지 않는다. 

148중에 1은 나야! 한국에서 보고 있다! 새 앨범 애타게 기다려보겠음!



더 많은 정보는,

페이스북 페이지: http://www.facebook.com/kimikomusic

유투브 페이지: http://www.youtube.com/user/KimikoTV?feature=watch

사운드클라우드 페이지: https://soundcloud.com/kimika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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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쪠례목(Теремок)

식도락일기 2013. 5. 2. 02:54


모스크바. 내가 최초로 혼자 떠난 해외 여행의 첫 도시. 


이전에도 몇차례 해외여행을 한 경험(아시아 내에서만)은 있었지만 항상 가족, 혹은 친구들을 동반한 여행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서, 

아시아 밖(모스크바는 유럽 러시아에 속하므로.)으로 떠난 여행지가 바로 러시아의 모스크바. 


모스크바를 떠나서 러시아는 여러 모로 악명이 높지 않은가? 영어는 당연히 통하지 않고, 

문자는 라틴 알파벳이 아닌 웬 이상한(?) 뒤집어진 끼릴 알파벳을 사용하고,

게다가 스킨헤드로 인한 엄청난 인종차별주의의 이미지를 가득 안고 있는 러시아.


무슨 용기(아마도 슬라브어 중 하나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끼릴 문자를 외웠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

였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미리 그 거의 100달러에 육박하는! 

값 비싼 비자를 받는 수고를 해가면서까지 나는 러시아에 갈 준비를 하였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귀국 후 진지하게 러시아어를 배우게 된 계기가 이 여행에 있지 않을까 싶다.



2012년 2월, 폴란드로 1 년간 어학연수를 떠나는 8,000km의 길을 악명 높은 아에로플로트와 함께했다. 

인천을 떠나 모스크바의 셰르메찌보 공항에 도착한 나는 거의 40kg에 육박하는 1 년간 폴란드에서 쓸 짐더미들을 이고,

 바르샤바로 향하는 비행기로 환승하기 위해 분주한 같은 과 사람들을 뒤로한 채 입국심사대로 향했다. 


어찌저찌 뚜리스뜨 뚜리스뜨를 연발하며 입국 심사를 통과하고 나와서

벌떼처럼 달라붙는 딱시 아저씨들을 뿌리치는데 성공하고 아에로엑스프레스를 타고 

셰르메찌보 공항에서 모스크바 시내로 향했다. 

러시아 여행에 대해서 하나하나 작성하자면 너무 길고 장황해져서 서론은 이에서 그치겠다.


"모스크바에 가자!"


라는 생각만 있었을 뿐이지 가서 무엇을 해야할 지에 대한 계획은 하나도 없었다.

내 손에 있는 것이라곤 '(예쁘고 그림이 많아서 산)러시아어 여행 회화'책,

오래된 'Eyewitness Travel Moscow'

(최신 모스크바 가이드 북을 찾는 데에 실패해서 그나마 헌책방에서 건진 이것도, 예쁜 그림이 많아서-_-산 책.)


무계획으로 붉은 광장만 뛰어다니던 모스크바에서의 두 번째 날.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내가 간 날이 크렘린(크레믈) 휴관. 그래서 박물관 순회를 하고 나왔더니 밖이 깜깜해! 

하지만 무섭다는 생각보다는 오친 끄라시바!한 붉은 광장의 야경으로부터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어서 

우두커니 서서 광장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어떤 청년이 나에게 다가왔다.


"와톼쉬노~ 나마에와~ 레낟 테수~"

"왓?"

"안아줘~~~"

(안아달래서 안아줬다.)


알고보니 이 청년은 캐나다에서 1 년간 어학연수를 한

상트 페테르부르크 출신인 타타르인(본인이 자기는 러시아인이 아니라 타타르 인이라고 하였다.)

캐나다에서의 대학 진학을 위해 모스크바로 IELTS 시험을 보러 왔다고 하였다.

(위의 일본어와 한국어는 캐나다에서 만난 한국인과 일본인에게 배운 것이라 하였다.)

 

모스크바의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 중에 처음으로 영어가 통하는 사람을 찾았다! 기쁘다! 

이 청년은 본인은 야간 기차를 타고 삐쩨르로 돌아가는데, 

그동안 나에게 붸뤼 뒌줘뤄스~!한 모스꼬우에서 애이쉬언 걸~이 혼자 다니면 안 된다며 동행을 자처하였다. 


하지만 이 청년의 홈그라운드는 삐쩨르. 여기는 모스크바. 

내가 여태까지 갖고 있던 얼굴을 찡그린 과묵하고 차가운 러시아인의 이미지와는 달리,

사교성과 밝음이 넘치는(이 청년에게서 노홍철을 느꼈다;) 이 청년은

지하철 안으로 우선 들어가 사람들에게 아르바트 거리를 가는 법을 물으며 우리는 울리짜 아르바뜨에 도착하였다.

(사실 나 혼자 갔으면 더 빨리 갈 수 있었을거야... 나보다 지하철 타는 법 모름..)


배가 고팠던 나는 밥을 먹자고 제안했고 우리가 간 곳은 바로 블린 체인점 쪠례목(Теремок).


이당시의 나는 러시아어를 읽고 폴란드어와 비슷한 몇몇 단어에서 뜻을 유추해 낼 줄 만 알았지 

러시아어에는 무지몽매했으므로,

주문은 타타르 홍철 청년이 하였다.


주문이 들어가는 순간 이렇게 주방에서 만든다.

폴란드에 살 당시 친구들과 모여서 가끔 팬케이크를 해 먹었는데, 저 반죽을 얇고 예쁘게 굽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다.


매장 내부. 저렴한 가격 덕분에 손님이 문전상시.


우리가 주문한 블린과 홍차.

사실 이때 돈이 부족해서-_-; 레나드가 거의 다 냈다. 초면인데 밥 사줘서 이즈비니 스빠시바...

사실 이 포스트를 쓰기로 생각한 이유는 갑자기 이 블린이 생각나서이다. 

유럽에서 수 많은 팬케이크 크레페 날레신키를 먹었지만 러시아 팬케이크만 못하더라.


주문 할 때 레나드가 "뭐 먹을래?"해서 "러시아다운 거면 아무거나 괜찮아."라고 했더니

블린 외에도 삘메니를 시켜줬다. 보기만 해도 군침 돋는다! 

 

폴란드에서는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날을 wigilia(비길리아)라고 한다. 1년 중 가장 큰 명절이기도 하다.

비길리아 날에는 삘메니와 똑같은 모양의 uszko(우슈코)라는 안에 고기 혹은 버섯이 들어있는 귀라는 이름의 만두를

비트 수프인 barszcz(바르슈츄)에 넣어 먹는다.

 

직접 비트를 갈아 만든 바르슈츄는 먹을만 하지만(하지만 보르쉬가 더 맛있다.) 귀찮을 때는 인스턴트를 먹기도 하는데,

폴란드에서 친구가 인스턴트 바르슈츄에 우슈코를 먹으라고 줬을 때는 정말... 

나 정말 아무거나 잘 먹는데 그건 정말 아니었다. 그때 친구들만 아니었으면 뱉었을 듯. 


이렇게 해서 18,000원 정도 나온듯. 

고맙다 레나드야; 나 사실 저녁 밥을 밖에서 먹을 계획이 없어서 돈을 조금만 가지고 나왔었어;;; 

나중에 서울 오면 내가 밥 사줄게;;;


한국어로 "My name is Lenad."를 어떻게 하냐고 물어봐서 말해줬더니 핸드폰에 이렇게 깨알같이 적어놨다. 

한국어를 끼릴어로 써놓은 거 보니까 되게 귀엽다.



모스크바가 너무 그립다. 

쪠례목도 블린도 뼬메니도 디마도 디마네 엄마도 안드레이도 붉은 광장도 그리고 그 살을 에는듯한 추운 날씨도.

누가 보면 한 1년 살다온 줄 알겠지만 고작 1주일 있었던 것이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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