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 1월 26일 | 델리->레

旅/겨울 라다크(2019) 2019. 1. 31. 22:47


비행기가 델리에 도착했다. 괜시리 조바심이 나서 비자를 받으러 엄청 허겁지겁 빠른 걸음으로 갔다. 옷이 두꺼워서 땀이 줄줄 났다. 먼 길(?)을 걸어 비자줄에 도착하니 역시 인도답게 줄이 엉성하고 체계가 없었다. Visa on Arrival 써있는 카운터 앞에 갔는데 자기는 E-Visa만 받는다 해서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열 받는 사람이 지는거다. 그래서 눈치를 보고 주변 줄에 섰는데 갑자기 직원들이 저 옆 줄로 사람들을 옮겼다. 결국 오랜 시간 서있던 사람들은 뒷 자리로, 금방 온 사람은 앞 자리가 되었다. 이것이 말이 되는가? 아 여기 인도지? 하면 말이 되...될수도? 나는 기다린게 아깝고 바로 다음이 내 순서라서 굳이 기다렸다. 이 무질서의 현장은 아마도 비용을 아끼려는 패키지 여행사 때문인 것 같다. 솔직히 패키지면 미리 E-Visa 좀 받아 오라구요! 어쨌든 내 순서를 기다려 시스템에 정보를 입력하고 사진을 찍은 다음 데스크 가서 돈을 내고 와서 다시 줄 서서 도착 비자를 받았다. 질서라고는 없는 이 현장. 내 뒤에는 인도인과 결혼한 어떤 한국 분이 있었는데 딸이 참 귀여웠다. 이름이 에밀리아 선생님 딸이랑 같은 '레나'였다. 애가 엄청 귀엽고 예뻤는데 너무 피곤해보였다. 어른인 나도 힘든데 애들은 얼마나 힘들까. 비자를 받고 짐을 픽업해 코스타 커피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샀는데 종이컵, 종이빨대, 뚜껑은 콜라 뚜껑같이 얇은 것으로 되어있었다. 최대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는 건가 싶었다. 칭찬!!! 커피를 들고 국내선 쪽으로 가서 충전 데스크에서 배터리랑 아이폰이랑 충전하고 짐 정리도 좀 했다. 와이파이를 연결해보려 몹시도 노력했지만 나의 노력은 헛된 것으로 돌아갔고, 결국 로밍 연결해서 썼다. 시간이 애매해서 잠은 거의 못 자고 4시 반 쯤 되어 국내선 수속을 밟는데, 보안검색이 장난 아니었다. 우선 한 컨베이어 벨트 당 짐을 놓는 줄이 여러 개고(왜?), 자기 차례가 되면 짐을 차례차례 놓는다. 그리고 남녀가 분리된 개인 보안검색을 지나면 짐이 차례차례 나오는데, 검색에서 통과한 짐과 통과 못 한 짐이 따로 나온다. 통과를 못 하면 짐을 열어 검색하고 문제되는 물건을 빼고 다시 검색한다. 근데 문제는 이 시간이 엄청나게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내 자산 중 가장 비싼(!) 맥북 때문에 개인 검색이 오래걸릴까 걱정했는데 역시나 인도답게 여성 여행자는 거의 없어서 빨리 나와 짐을 기다렸다. 근데 내 백팩 하나가, 속에 있는 전자기기가 때문에 재검사 컨베이어 벨트에서 나오고 있었다. 평소처럼 노트북, 배터리, 핸드폰만 뺀 내가 바보... 케이블을 비롯한 모든 전자관련 기기는 다 빼야한다. 어쨌든 전자기기를 빼고 다시 검사했는데 정말 두 시간 전에 와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힌디로 말해서 못 알아 들었지만, 내 앞의 사람들 중에 엄청 초조해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검색요원의 대답은 "그럼 빨리 오지 그랬어?" 류 였던 것 같다. 그나저나 생각보다 가방에 담요를 들고다니는 사람이 많아서 신기했다. 무릎담요 수준의 담요가 아니라 진짜 잘 때 덮고 자는 그 두꺼운 담요말이다. 에어인디아 데스크에 가서 보딩패스 받고 게이트 가는 길에 디아목스랑 초콜릿이랑 책을 샀다. 디아목스가 생각보다 너무 저렴해서 놀랐다. 이번에는 절대 고산병에 시달리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 공항 약국 벽에 '항암제 판매'라고 써있었는데, 아마 인도에서 만든 항암제가 저렴한가보다. 인도가 세계의 약국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게 아닌 것 같다. 책은 그냥, 인도에 오면 책이 사고싶어서 사버렸다. 파울로 코엘료의 '히피'라는 책을 샀는데, 왠지 저번처럼 라다크 가서 할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샀다. 1년간 책 한 권 읽기 힘든 나인데 저번 방문 때 2권 완독했나? 이번에도 그러길 바라본다. 드디어 시간이 되어서 비행기를 탔는데, 앞자리에는 다 스님이 타 계시고 뒤에는 다 인도인들이었다. 앞자리는 추가금액 붙는데 역시 스님들은 부잔가보다. 다행이도 내 옆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고, 옆옆 자리에 인도인은 타자마자 엄청 자더라. 이륙 중인데 트레이 내려도 아무 말 안하는 인도 안전의식 클라스... 그리고 승무원도 전부 남자였다. 그나저나 기내식으로 나온 샌드위치는 정말 맛없었다. 이상한 마요네즈 샌드위치였는데, 배가 너무 고파서 억지로 케챱 뿌려서 격파했다. 살짝 자다가 산 풍경이 나올 때 쯤 일어나서 입 벌리면서 봤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이 아름다움이 경이로울 정도였다. 이 높은 히말라야 위를 내가 날아가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시금 한 번 느낀 건, 다시는 험난한 마날리 길로 못 올 것 같다. 한 번이면 족할 그 경험. 사실 오고 가고 두 번 이었다. 어쨌든 정신없이 레에 도착해서 짐 찾고 외국인 입국증(?) 같은 거 작성하고 더러운 화장실 사용하고 나왔다. 레 공항은 인도 공군 기지(또 다른 기지는 누브라에 있댄다)와 붙어있어 공항 내 사진 촬영이 금지였다. 아, 그리고 당연히(?) 탑승교는 없었다. 정신을 대충 차리고 천근만근같은 가방을 메고 공항을 나와 루피를 찾으려는데(수중 루피 0...) 아무리 해도 돈이 안 나오는 거. 4만, 3만 5천, 3만, 2만 줄여나가는데도 하도 안 나와서 ATM 밖에 서있는 젊은 청년 공항 직원에게 "이거 ATM 작동하는건가요? 혹시 안에 돈이 없는 거 아닌가요?"하고 물었다. 청년이 확인해보더니 안 되는 것 같다며 내 짐도 들어주면서 다른 ATM으로 데려다줬다. 근데 거기에서도 안 되고 심지어 카드 하나는 막혔다. 내가 너무 한 카드를 학대(?)해서 카드 회사에서 혹시나 하는 상황에 대비해 막은 것 같다. 결국 다른 카드로 금액을 줄이고 줄이다 1만(약 15만원)을 치니 겨우 나오더라. 겨우 1만을 뽑고 택시 스탠드로 가는데 가방 안을 보니 카메라가 없는 거... 놀라서 "카메라가 없어요ㅠㅠ 어떡하죠?"하니 청년이 무슨 비행기 타고 왔냐고 물어서 에어인디아라고 하니 공항 안이랑 에어라인들 확인하더니 에어인디아에 사무실에 있다고 했다. 보딩패스 들고 가서 겨우 찾고 나와서 택시 타는데 청년이 마스크를 벗었다. 갑자기 눈이 부셨다. 왜 이렇게 잘 생겼니? 한국에서 만났으면 나 진짜 번호 물어봤을 정도로, 아니 물어보지도 못할 정도로 너무 잘생겼다. 약간 태닝한 와일드 금성무 느낌. 하지만 당연히 번호는 물어보지 못하는 쫄보인 나는 택시를 탔다. 고맙다고 차 한 번 사준다 하면서 친구 하자고 할 걸ㅠㅠ 후회ㅠㅠ 사람들이 경고했던 것과 달리 날씨는 그렇게 춥지 않았다. 아마도 이것은 폴란드와 러시아 겨울을 겪고 시베리아와 홋카이도 겨울 여행을 하면서 추위에 익숙해진 내 체질과 추위를 즐기는 내 성격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택시 기사가 어디 가고 싶냬서 우선 예전에 묵던 게스트하우스가 있던 창스파 로드에 가기로 했다. 저번에 묵었을 때 겨울에 운영한다고 했으니 하겠지? 왕축이랑 페이스북 친구이면서 물어보지도 않고 겁없이 라다크에 온 나^^ 그럴거면 연락처 교환은 왜 하는지^^...? 어쨌든 모든 관광객이 떠난 창스파 로드에 도착했는데 게스트하우스가 어딘지 생각이 날듯 말듯 해서 그나마 생각나는 장소인 "원더랜드 레스토랑!"해서 내린 곳이 바로 예전에 묵던 게스트 하우스 근처. 하지만 여전히 게스트하우스 이름은 생각이 안 나고 왕축만 생각나서 "왕축 게스트하우스!"하고 주위를 둘러보는데 마침 그 게스트하우스 앞에 어떤 여성분이 청소를 하고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왕축의 아내!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왕축 아내가 집에 잠시 들어갔고, 왕축이 나왔다. 이 반가운 얼굴! 4년 만이다. 왕축이 왜 겨울에 왔냐고, 화장실이 다 얼어서 여기서는 지낼 수 없다고 했다. 저번에(4년 전에) 물어봤을 때 겨울에 연다고 했잖아요ㅠㅠ 그래서 왔다구요ㅠㅠ 그래도 잠시 들어오라고 해서 같이 차를 마시고 라다크식 아침을 먹었다. 라다크식 아침으로 보리가루를 뭉쳐놓은 것과 수프를 같이 먹었다. 맛이 상당히 애매했지만, 그래도 한 번 먹어보기엔 나쁘지 않았다. 이런 험난한 곳에서는 이런 생존형 음식만 취할 수 있었겠지... 처음 봤을 때 완전 갓난 애기이던 왕축의 아들 유르갤은 이제 완전한 말썽꾸러기로 거듭났다. 하지만 역시 라다크 애기 답게 낯을 가렸지만, 그래도 호기심있는 꼬마여서 재밌게 놀았다. 그리고 왕축이 소개시켜준 바로 옆 걀손 게스트하우스에 갔는데, 이곳도 예전에 내가 머물던 곳이었다. 가격이 비싸서 왕축네 집으로 옮겼었는데 여길 다시 오다니. 그나저나 아주머니가 보여준 방에는 한기가 엄청나게 돌아서 들어가는 것 만으로 입이 돌아갈 뻔 했다. 밖보다 더 춥다면 말 다 했지 뭐. 방에 들어갔는데 얼마나 추운지 변기가 얼어있었다. 하지만 나는 거의 노숙자이니 이 상황을 수긍했다. 자정에 도착해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제대로 못 자서 피곤이 극에 달했기 때문에 그냥 쉬고싶었다. 왕축에게 이 사실을 말하니 자기네 집에 있고싶은 만큼 있고 거기서는 잠만 자라며, 오늘 저녁에도 밥 먹으러 오라고 했다. 왕축네에서 차를 마시며 델리 내셔널 데이 퍼레이드를 TV로 보다가 숙소에 돌아와서 자는데 정말... 내 인생에 그렇게 춥게 잔 것은 처음이다. 히터가 고장난 포즈난 요비타 방보다 더 했다. 이런 방이 800루피라니. 히터있냐고 물어보니 히터도 없다고 했다. 낮잠을 자다 일어나 결국 참다 못해 갸쪼에게 SOS를 쳤다. 사실 갸쪼가 오기 전에 내가 라다크 가는 거 간 볼 때(?) 레 오면 자기한테 연락하라고, 게스트하우스 예약해준다고 했는데 갸쪼는 투어 오퍼레이터니까, 혹여나 추가금액이 생길까봐 내가 직접 알아보려고 이렇게 혼자 왔는데 결국 갸쪼에게 손을 벌렸다. 갸쪼가 1시간 후에나 올 수 있대서 나는 해 지기 전에 숙소를 찾고 싶으니 지금 나가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갑자기 자기 지금 가겠다며 10분만 기다리라더니 차를 타고 등장했다. 사실 갸쪼를 봤을 때 울 뻔 했다. 반갑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고 엄청나게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다. 갸쪼는 따시라는 훈훈한 남자애의 차를 타고 등장했는데, 우선 갸쪼의 베스트프렌드 부모님이 하는 게스트하우스에 갔다. 이곳의 방은 작지만 나름 따뜻했고, 히터도 준다고 했다. 가격은 1000루피 였는데, 내가 오래 묵으면 할인 안 되냐니까 히터때문에 안 된다고 해서 알겠다고 하고 내일부터 체크인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나와선 "아임 행그리..." 시전하고 식당에 가는데 원래 가고싶었던 곳에 사람이 너무 많아 다른 곳으로 갔다. 첫 날이라 그런가 디아목스를 먹어도 헉헉 거리고 머리가 어지럽고 힘들었다. 근데 이 라다키 남정네들이 빨리 걸어서 내가 천천히 좀 걸으라고 머리 아프다고 했더니 천천히 걸어주었다. 그리고 다른 레스토랑에 가서 뚝바 한 사발! 고기있는 거 먹고싶었는데 베지밖에 없대서 베지로 먹었다. 나는 분명 뗀뚝을 시켰는데 뚝바가나왔다. 근데 얘네가 나보고 내가 분명히 뚝바라고 했다는 거 보니 내가 오락가락 했나보다. 애들이 자기가 시킨 음식들을 맛보라며 한 입 씩 줬다. 얻어먹어서 그런지 좀 배도 부르고 나는 원래 탄수화물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서 면을 반이나 남겼다. 사실 배불러도 들어갈 정도로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더 먹고싶지 않았다. 한국에서 이 정도 퀄리티 음식 나왔으면 리뷰를 아주 최악으로 휘갈겼겠지만 여기는 라다크니까... 하면서 수긍했다. 너무나도 매기 소스+베지 스톡 큐브 맛이 강했다. 그리고 따시가 밥을 사줬다. 훈훈한데 친절하기까지! 문득 내가 수건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라서 수건 사야된다 하니 티베트 시장?으로 데려가 줬다. 그 많은 가게 중 수건을 파는 가게는 딱 한 곳 이었는데, 수건 하나에 550루피(8500원)이랜다. 수건이란 자고로 공짜로 받는 물건이거늘... 갑자기 집에 두고 온 수 많은 송월타올이 주마등처럼 머릿 속에 스쳐 지나갔다. 비싼 가격에 놀라 애들한테 "내 인생에서 수건을 사본 적이 없다. 코리안에게 수건이란 공짜로 받는 물건이다. 한국에서 수건을 사더라도 이것 보다는 쌀 것이다. 이 가격은 수긍할 수 없다! 그리고 이건 수입도 아니고 메이드인 인디아다!"했더니 500루피로 깎아줘서 할 수 없이 사려는데 따시가 뭐라뭐라 하더니 결국 450루피(7천원)에 살 수 있었다. 그래도 비싸! 하지만 필요하니 어쩔 수 없지. 따시가 메인 마켓에 있는 슈퍼마켓에 한국 누들을 판다고 해서 궁금해서 다 같이 갔더니 진짜 정말 다양한 코리안 누들 판매중... 심지어 내가 사려고 그렇게 노력했지만 결국 못 찾았던 두배 매운 핵불닭볶음면이 있었다. 내가 해외 판매 라면 중 가장 좋아하는 김치라면도 있어서 너무 기뻤다. 물을 사려는데 모든 물이 얼어있었다. 이게 바로 라다크의 삶인가 싶었다. 하지만 애들이 안 언 물을 찾아줘서 성공적으로 구매했다. 내일 모레는 아이스하키 파이널 매치가 있대서 그거 보러가기로 하고 내일은 우선 숙소를 바꾸기로 했다. 숙소도 찾고 밥도 먹었고 수건도 샀고 물도 샀으니 이제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갈 시간. 네이버 카페에서 연락 주신 분에게 숙소 옮겼다고 알려드렸더니 알고보니 이분도 똑같은 곳에 묵고 계셨다. 그래서 내일 체크인하고 뵙기로 했다. 따시와 갸쪼가 차로 얼음장같은 나의 게스트하우스에 데려다줬는데, 그냥 내려주고 갈 줄 알았는데 같이 내려서 놀랬다. 그래서 왜 내리냐고 혹시 걀손네 가족이랑 아는 사이냐니까 웃더니 집 앞까지 데려다 주고 문도 열어줬다. 돌아오긴 했지만 절대 내 방에 들어가서 지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주방에 가니 스토브가 있어서 너무 따뜻했다. 라다크 전통 상도 여럿 있어서 좋았다. 여기서 여름에 차를 마셨던 기억이 있는데, 내가 이곳에 또 오다니. 그때도 있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고양이도 두 마리나 있었는데 눈꼽 안 낀 애는 따시, 눈꼽 낀 애는 이름이 없대서 내가 델렉이라고 지어줬다. 따시와 델렉이. 아주머니가 차를 주셔서 마시면서 부킹닷컴을 보는데 이 숙소 가격이 600루피였다. 근데 내가 고도때문에 머리가 오락가락해서 그런가, 600이라고 말해야하는 걸 700이라고 말해 버려서 100루피밖에 못 깎고 700루피를 내기로 했다. 그리고 내일 체크아웃하고 다른 게스트하우스에 간다고 했다. 첫 날이니까 주방에서 쉬면서 고양이랑 놀았다. 따시는 사람을 별로 안 좋아하고 델렉은 완전 개냥이였다. 인도 고양이라서 그런가? 아주머니가 짜파티와 커리;를 밥으로 고양이에게 주었다. 주는 것도 신기하지만 먹는 것도 신기했다. 아주머니가 주신 차와 비스킷을 먹으며 핸드폰을 보는데 따시가 자꾸 얼쩡거려서 비스킷을 떼어줬다. 근데 따시는 먹을 거 있을 때만 나한테 아는 척 하니까, 나한테 잘 하는(?) 델렉이에게 더 많이 주고 싶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왕축이 저녁먹으러 오라고 했다. 왕축이네 집에 가니 할아버지가 전통 신발을 만들고 계셨고, 할머니가 그 옆에 앉아게셨다.  하루에 만들 수 있는 신발은 3켤레인데 하나에 700루피라고 했다. 왜이렇게 싸...? 그래도 두 번 본 사이라고 유르갤이 조금 더 친근해졌다. 뽀뽀+닦아버리기 놀이를 했는데 아주 귀여웠다. 내 이름을 절대 못 외워서 자꾸 엄마 아빠한테 내 이름 물어보고는 나를 아첼(누나)이라고 불렀다. 이번에 스피툭 구스토르 때 가면 춤 본 것을 흉내내는데 귀여워서 죽을뻔ㅠㅠ 뿌자때 사용했던 빨간색 색소를 자꾸 손에 묻혀와서 엄마한테 혼났다. 왕축이네 강아지 밀리는 마지막 샤워가 언제인지 엄청 꼬질하고 어딘가 좀 아파보였지만 라다크에서 애완동물 병원은 사치겠지, 그냥 자연의 섭리대로 살아가겠지 싶었다. 저녁식사로는 밥과 커리가 나왔는데 채식주의자냐 물어 아니라하니 치킨을 얹어주었다. 할아버지와 왕축 아내(이름이 기억 안 남)가 밀리에게 닭고기를 주었는데 문득 강아지에게 절대 닭고기 주면 안 된다고, 뼈 때문에 다칠 수 있다고 한 게 생각났다... 밥을 얼마나 많이 주었는지 진짜 배 터질 정도로 먹었는 데도 남아서 미안하다고 하고 남겼다. 탄수화물 인심에 후한 인도. 반찬의 나라코리아에서 온 탄수화물 싫어하는 입 짧은 나는 힘들다... 내일 게스트하우스 바꾸기로 했다고 하니 왕축이가 차로 데려다준다고 했는데 갸쪼가 데릴러 온대서 거절했다. 왕축 아내는 레의 학교 선생님인데, 한 달에 14,000루피 정도를 번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 직업이기 때문에 안정적이라 좋다고 했다. 밥 먹고 TV를 보며 시간을 보내다 늦은 것 같아 숙소에 돌아와서 씼으려는데, 변기 물 마저 얼어버리는 이 추위에 도저히 샤워할 엄두가 안 나서 그냥 머리만 감고 잤다. 다행이 따뜻한 물은 바께스... 한국어로 바께스가 뭐더라... 어쨌든 거기에 줘서 머리는 따뜻하게 감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의 전기가 엄청 센지? 드라이기님이 한 10초 작동하더니 멈춰버리시고 여행용 전기포트님은 아예 작동할 생각도 하지 않으셨다. 하루만 있을거라 귀찮아서 침낭은 안 피고 이머전시 블랭킷(존재를 알려준 까미노의 스테파니아 고맙다...)과 담요 세 겹 안에 물통을 안고 잠에 들었다. 공기가 얼마나 차가운지 절대로 얼굴을 밖에 내밀 수 없어서 메구리즘을 끼고 세상에서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일 중 하나인 이불 속에 얼굴 넣고 자기를 했다. 빨리 내일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첫 날이라 그런지 고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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