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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어 & 우크라이나어

외국어/슬라브어 2013. 5. 11. 00:53


러시아어를 배운지 이제 꼬박 2달이 되었다. 

폴란드어를 2년 반이나 공부하고 

폴란드에서 러시아인 룸메이트와 4개월 동안 살면서 매일 러시아어를 최소 2시간씩 들은 덕분인지

다른 사람들에 비해 공부 속도가 조금 빨라서 즐겁기도하고 슬라브어 공부가 체질에 맞는 것 같다.


오늘 페이스북에서 우크라이나 친구가 올린 포스트를 우연하게 보게 되었다.


"Hej, czy ktoś będzie jechał na Ukrainę w okresie między 26 maja a 6 czerwca? Bardzo pilnie!
Вітаю, чи хтось з вас чи ваших знайомих буде їхати з Польщі до України в період між 26 травня і 6 червня? Дуже терміново!"

내용인 즉슨,

"안녕, 혹시 5월 26일에서 6월 6일 사이에 우크라이나에 가는 사람 있니? 아주 급해!"

나는 우크라이나어를 배운 적이 없다. 하지만 저 글을 읽으면 거의 다 이해할 수 있다
이 문장에서 травня(5월), дуже(아주) терміново(급히) 이 세 단어를 제외하고는 폴란드어와 거의 일치한다.

우크라이나에 갔을 때도 국경 경찰을 제외한(아마도 나에게 뒷돈을 바라고 이해하지 못한 척을 했던 것 같다;)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이 나의 폴란드어를 이해했고 나 역시 그들의 우크라이나어를 큰 문제 없이 이해할 수 있었다.
언어학적으로 우크라이나어는 슬라브어 중에서도 벨로루시어와 러시아어와 함께 동슬라브어에 속한다.
하지만 같은 동슬라브어를 사용하는 러시아에 갔을 때는, 거의 아무도 제 폴란드어를 이해하지 못했다.

예전에 폴란드에서 공부하는 우크라이나인 친구에게 
우크라이나어는 폴란드어와 러시아어 중에서 어느 언어와 더 닮아있는 것 같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친구의 대답은

"To ciężko powiedzieć, ponieważ ja zawsze myślałam, że ukraiński jest bardzo bliski do rosyjskiego, 
ale od kiedy zaczęłam się uczyć polskiego, to widzę, że nie... 
Moim zdaniem, ukraiński stoi akurat po środku między tymi dwoma językami"

"단정지어 말하기 어려워. 왜냐하면 나는 항상 우크라이나어가 러시아어에 가깝다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폴란드어를 공부하고나서 그것이 아닌 것을 알게됐어. 
내 생각에는 우크라이나어는 두 언어 사이에 서있는 것 같아."

우크라이나어는 러시아어처럼 키릴 문자를 사용한다.
하지만 키릴문자로 쓰여진 우크라이나어를 읽다보면, 키릴문자로 쓰여진 폴란드어를 읽는 것 같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물론 우크라이나어에는 러시아어에서 사용하지 않는 ґ이나 ї와 같은 우크라이나어에서만 사용하는 알파벳들이 있기는 하지만,
키릴문자를 알고 있다면, 읽는 데에는 크게 문제가 없다.)

물론 벨라루스어에서도 이런 거의 비슷하게 적용된다. 아쉽게도 벨라루스의 자국의 언어 정책은 형편없다고 한다. 
벨라루스 내에서 공식문서는 다 러시아어로 작성되고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도 러시아어가 나오고, 
지어 벨라루스어를 모르는 벨라루스인들도 많다고 들었다.
예전에 폴란드에서 교양으로 들었던 'Minority Language Policy in Europe' 수업의 교수님께서는, 
굉장히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벨라루스어가 '사어화'되고 있다고까지 하셨다.
(여담이지만 '벨로루시'가 아니라 '벨라루스'가 올바른 표기!)

우크라이나어와 벨라루스어 중에서 어느 언어가 더 폴란드어에 가까운지 알고 싶어서 검색해보니,
Language forum과 같은 사이트에서 폴란드인들이 한 투표에 의하면 
벨라루스어가 우크라이나어보다 폴란드어에 더 가깝다고 한다.

이 결과를 보니, 예전에 폴란드인 친구가 했던 농담이 생각난다.

"벨로루시어는 술 취한 러시아인이 하는 폴란드어, 우크라이나어는 술 취한 폴란드인이 하는 러시아어야."

폴란드어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 농담만큼이나 이 세 언어의 관계를 잘 설명할 수 있는 말은 없는 것 같다.

두서없이 글을 써내려왔는데, 이 사안에 대해서는 더 공부를 하고 다음에 자세하게 써봐야겠다.
한국에 있으니 자료가 턱없이 부족하다. 폴란드에 가서 책 읽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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