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야'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3.08.02 찾았다! 4
  2. 2013.07.21 5 3 0 6
  3. 2013.05.05 우크라이나에서 폴란드 관광비자 연장하기 6
  4. 2013.05.04 포즈난에서 바르샤바 가기 2

찾았다!

데日리 2013. 8. 2. 00:17


(http://babushka.tistory.com/52 첫번째 편)

(http://babushka.tistory.com/88 두번째 편)

(http://babushka.tistory.com/147 네번째 편)



"Hej, mam dobrą i złą wiadomość...."

"야, 나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어..."


학수고대하던 A의 연락이 옴.


좋은 소식: 분실될 줄 알았던 나의 소포가 A가 사는 동네의 우체국에 반송.


진심으로 못 찾을 줄 알았는데 결국 찾고야 말았어ㅠㅠ

박스에는 A의 이름과 성이 적힌 부분만 남아있었단다. 아오 포츄타 폴스카, 베즈 코멘타좌다 진짜!


나쁜 소식: 반송비를 내가 내야한다는 것. 


사실은 이건 당연히 감수할 생각 했던거라서 뭐 나쁜 소식이라고 느껴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연말+여름세일이 겹친 시기여서 여유롭지 못한 총알 빈 지갑을 가진 A는 나의 택배를 가져오지 못했다...

다행이도 다음주에 A의 부모님이 휴가에서 돌아오시면 나의 택배를 찾아서 재발송 해주시기로 하셨음.

내가 내야하는 금액은 반송비 315zł(한화로 11만 원)에 재발송비 200zł(한화로 7만 원), 

총 18만 원(숫자도 참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렇네...?) 되시겠습니다. 한국에서 온 칭챙총 호갱님^^^^


나는 매달매달 정해진 돈만 쓰면서 살아가는 학생인지라 갑자기 20만 원이나 되는 돈을 끌어올 곳이 없어서 

유학할 때 쓰려고, 통번역일을 하고나서 페이를 받을 때마다 한푼도 쓰지 않고 

차곡차곡 모아두었던 비루하디 비루한(하지만 적지는 않은!) 적금통장을 깰까 고민도 했지만 

결국에 엄마에게 카톡으로 슬픈 이모티콘 10개를 보내고 엉엉거려서 돈을 빌리는데 성공했다. 이자는 없음. 엄마 만세.

하지만 그 덕분에 앞으로 들어올 나의 통역비와 일일 알바비들은 곧바로 어머니께 송금될 예정 ㅇㅏ.............



A의 말에 의하면 술이 한 병 깨져있었다는데 내가 기억하는 내 소포 안의 물건들

: 비보로바 보드카, 루벨스카 보드카 자몽맛

포르투나 흑맥주, 포르투나 흑맥주 체리맛, 포르투나 흑맥주 꿀맛, 렛즈 맥주 자몽맛, 

아로니아 주스 여러병, 생강 시럽, 

W가 선물해준 폴란드 동네 장인(?)이 만든 핸드메이드 인형세트(밤에 보면 굉장히 무섭다.), 

불가리아 수제 나무 보석함 큰거 작은거

(불가리아는 진짜 나의 기념품 로망을 실제로 실현시켜준 정말 천국같은 곳이다.),

그루지야(조지아) 시그나기의 니노아줌마네 가게에서 산 정말 소중한 마그넷 세트

(이거 못 받았으면 진짜 나 울었을거다.)

러시아와 폴란드의 겨울을 이겨내고자 투자를 많이한 나의 겨울 외투'들', 

사랑하는 여름 원피스들, 어디선가 사고 얻은 책들...


어쨌든 내가 가장 아끼는 물건들만 넣어놓은 소포라서 엄청 걱정 많이했는데 결국에는 찾게되어서 너무 다행이다.


이 일을 겪으면서 A에게 "Dlaczego Polska mnie tak torturuje? Nienawidzi mnie?"

"왜 폴란드는 나를 이렇게 괴롭혀? 나를 싫어하나?" 라고 했더니 


우리의 폴란드 여자 A曰 "Polska nie dyskryminuje nikogo - torturuje wszystkich. Polaków też."

"폴란드는 누구도 차별하지 않아. 모든 사람을 괴롭히지. 물론 폴란드인들도 포함이야."


이 세상에 밀당을 가장 잘 하는 나라가 있다면 그 나라가 바로 폴란드다. 


나를 숨막히게 괴롭히다가도 꼭 중간에는 이렇게 숨을 쉴 수 있을 정도로 풀어주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질려버려 폴란드가 싫어지려고 하는 순간에는 

갑자기 문제를 반정도-_-(다 해결해주면 안 됨. 반정도 해결해줘야 여운이 남음.) 해결해줘서 

다시 그 마음을 풀게 만들어주는 나를 어장관리하는 나라...



어쨌든 소포를 찾게되어 너무 기쁘다. 돈 생각은 가슴아프니 이제 하지 않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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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日리 2013. 7. 21. 07:58



2012년 2월 8일, 오늘로부터 530일 전. 모스크바에서 첫 날.


나의 러시아 여행을 기억해보면 나는 용감했거나 무식했다.

러시아 여행에 대한 사전 정보 하나 없이(한국어로 된 가이드북은 진짜 다 최악이였어!) 

단순히 마트료시카가 좋아서, 폴란드에 가는 길에 공짜로 경유할 수가 있어서(물론 비자는 발급 받았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 

계획적이면서 충동적인 여행을 감행했던 모스크바.


당연히 부모님은 반대하실 것이 뻔해 나 혼자 계획하고 비행기 변경하고 비자 받고 결정한 모스크바 여행.


인천에서 9시간을 날아 도착한 모스크바 쉐르미찌보 공항. 

탁씨의 유혹을 물리치고(사실은 탈 수가 없었음. У меня нет денег...)

아에로익스프레스를 타고 도착한 벨라루스까야 역에서 디마의 부탁으로 영하 20도의 추운 모스크바의 밤에 

쌩판 모르는 사이인 나를 몇시간이나 기다려주고 추운데 모자 왜 안 썼냐며 자기 모자까지 벗어주던 안드레이.

안드레이의 안내로 디마네 집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허기를 채우자마자


"뭐 보고싶어?"

"엠게우의 야경!"


그리고 곧바로 디마가 모는 차를 타고서 본 엠게우의 야경.

도착하자마자 디마에게 물었다


"예쁘다가 러시아어로 뭐야?"

"끄라시바!"

"진짜 예쁘다, 끄라시바!"


너무 웅장하고 멋있어서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더라.

하긴 내가 태어나서 처음 가본 아시아가 아닌 곳이니까 더 감동을 받았던 것 같다.


이 순간부터 러시아어를 배워볼까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붉은 광장에서 바실리 성당을 보고

영하 25도의 모스크바의 겨울의 추위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던 끄레믈의 가운데서

나와 서투른 영어지만 대화를 어떻게든 이어가려고 노력해주신 디마 어머님과 제대로 이야기 해보고 싶어서

그리고 후에 했던 우크라이나, 아르메니아, 그루지야 구소련 지방에서의 여행과 

슬라브어권에서의 즐거운 기억들 때문인지,

아니면 유럽연합에 대해서 공부를 하기 싫었던 건지, 스페인어가 싫었던 건지...

결국에는 이중전공을 러시아학과로 바꿨다.

 

중간에 이중전공을 바꾸다보니 이전에 들었던 스페인어 6학점은 한마디로 쓰레기통 行.

모자른 학점 때문에 알파벳을 배우면서 2학년 작문수업과 회화수업을 병행했다.

회화 첫 수업시간에 "방학에 뭐 했니?" "일 했니 쉬었니?"를 못 알아들어서 완전 당황하고

뜻도 모르면서 눈치껏 과거변형만 해서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대답해서 다행;;;

 

게다가 저번 학기 시간표가 아주 정말 너무 거지같았는데, 

다시 봐도 대학교 갓 입학한 1학년이 수강신청 망해도 안 나올 시간표의 모습이었다.

주 5일 수업, 1교시 3번(학교 멀리 다니는 나에게 이것은 아주 고역임.), 

1278(즉, 3456교시, 4시간동안 공강...),

한 수업 들으러 학교 오기(이것 또한 학교를 멀리 다니는 나의 잘못이오.), 123456 3연강...

20학점을 다 2학점 수업으로 채운 덕분에(그 중 러시아어는 16학점) 

수업을 10개나 들어야해서 이렇게 시간표가 이상해져 버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2학년 러시아어 작문과 회화 수업에도 그럭저럭 적응해서 

대답도 하는 수준까지 레벨업(!)하고

4학년 러시아 정치 경제 수업도 겨우겨우 잘 따라가고 그럭저럭 잘 적응했던 것 같다.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성적이 너무 잘 나왔고 

심지어 내가 다닌 5학기 중에 제일 좋은 성적이 나오기까지 하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학교 성적 장학금도 받았다!

한학기 내내 친구도 못 만나고 놀지도 못하고 공부만 한 보람이 바로 여기서 나오는가보다ㅠㅠ

 

솔직히 장학금 공지 보고 눈물 찔끔했다. 

물론 전액 장학금도 아니고 누구에게는 장학금받는 것이 별로 큰 일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나같이 게으르고 집중 못하고 노는 거 좋아하는 애가

놀지도 못하고 한학기 내내 학교 집 학교 집, 잠은 이동중에 버스에서, 

sleep is for the weak!!! 제대로 실천하면서

4개월이나 산 보답을 얻은 것 같아 너어어어무 기뻤다.

 

다음 학기 러시아어 17학점이 몰아칠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무섭고 겁나고

지금 이렇게 하고싶은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없다는 걸 생각하면 아쉽기도 하지만 

러시아어 수업이 생각보다 많이 그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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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서 폴란드 관광비자 연장하기

여기저기 2013. 5. 5. 20:54


*이 포스트의 내용은 본인의 개인적인 경험에 의해 쓰여진 것이므로, 

틀린 정보로 인해 일어난 책임은 절대! 지지 않습니다.

저는 비자 전문가도 유럽 전문가도 아닙니다. 

정확한 정보를 원하시는 분들은 외교 통상부나 각국 대사관에 문의 바랍니다.

쉥겐/비쉥겐국가 목록에 대한 정보는 유럽내 정세에 따라 변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체크해보시길 바랍니다.



작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나는 폴란드의 포즈난이라는 도시에서 어학연수를 하였다.

3월에 새학기를 시작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폴란드와 여타 유럽 국가들은 9월 혹은 10월에 새학기를 시작한다.


그러므로 2월에 폴란드에서 학기를 시작한 나는 

우리나라 방식으로 치면 1학기에 어학연수를 떠난 것이지만 현지에서는 2학기를 다니는 것이다.


처음부터 1년 어학연수가 결정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지사정으로는 2학기를 다니는 것이기 때문에 비자는 6개월짜리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 의미는, 추후에 비자를 연장받거나 새로 발급 받아야 한다는 것.


나에게는 비자연장을 위해 주어진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었다.


1. 거주증(Karta pobytu, 카르타 포비투) 만들기.

2. 베를린의 폴란드 대사관에 가서 비자 사오기.

3. 한국에 가서 학생 비자를 다시 받아오기.

4. 점프하기.


1번이 가장 안전하고 합법적인 방법.

하지만 내가 살던 도시의 관공서(이하 urząd, 우종드라 칭하겠음.)는 

카르타 포비투 관련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기로 아주 유명했다.

거주증 신청은 비자 만료 45일 전(나는 거주증을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정보는 알지 못하므로 확인 필수.)에 하게 되어있다.

그때부터 절차를 밟으면 이제 비자 만료를 즈음해서 거주증을 발급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의 지인들의 경험에 따르면, 

서류 부족/분실(물론 잘못과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 

아무리 잘못이 없어도 우리 잘못. 을의 입장은 항상 서럽다.)을 이유로 자주 발급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의 한 지인은 거주증 발급을 무려 세번!을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번번히 비자 발급을 거부당했다.

이유인 즉슨, 서류미비와 기한 초과. 

거주증 발급에 필요한 서류를 한꺼번에 가져다 제출하면 조심성이 부족한-_- 폴란드의 공무원들이 분실을 한다. 

이들은 서류가 없다는 것을 '편지'를 통해 알리는데, 

이 편지를 받은(받은 날짜인지 보낸인지 헷갈린다.) 날짜 이후로, 1주일 내에 제출을 해야한다. 

제출을 하지 않을 경우 발급 취소. 편지를 받지 못했어도 우종드의 책임이 아님. 처음부터 다시 해야한다.


국에는 나의 지인은 비자를 받지 못한채 독일을 여러번 왔다갔다 하며

(폴란드는 우리나라와 양자협약 국가이므로 쉥겐조약과는 상관 없이 재입국시 마다 관광비자 90일 연장이 된다.)

가까운 곳에 나갈 때도 혹여나 경찰에게 검문당할까 싶어 

우종드에서 발급해준 서류, 독일에 다녀온 기차표, 숙박영수증 등을 항상 소지한 채로 외출하고

거주증 발급을 세번이나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남은 체류기간을 관광비자로 연명하며 마음을 졸이다 한국에 돌아갔다. 


그 고생하는 모습을 옆에서 본 나는 

이 악몽같은 거주증 만들기와 '폴란드 bureaucracy 체험!' 도저히 시도조차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물론 조금 쉽게 거주증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외국인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에이전트'를 통해서 거주증을 발급을 받는 것.

이러한 에이전트는 과거 우종드에서 일했던 퇴직공무원들이 운영한다고 들었는데, 

이들을 통해 얼마의 수수료(10만 원 정도라고 들었음.)를 추가 지불하면 거주증이 거의 100% 나온다고 들었다.

하지만 난 사실 자본이 부족해서-_-; 하고 싶지 않았다.


과거에 내가 조사해본 바로는 'Biuro Obsługi Cudzoziemców + 자기가 사는 동네 이름'을 치면 관할 사무소 주소들이 나온다.

에이전트를 통할 사람들은 알아서 연락해서 발급받기를 바란다. 

홈페이지를 보면 영어 이외에도 중국어와 베트남어 페이지가 제공되는 점으로 보아, 

중국인들과 베트남인들이 이민할 때에 자주 이용하는 듯 싶다.



2번은 베를린에 있는 폴란드 대사관에 가서 거주비자를 구입하는 것인데 사실 이것은 귀찮아서 안 했다.

하는 방법도 잘 모른다. 무슨 쉥겐용 비자를 사고 추후에 환불받고 어쩌구저쩌구 하는데 나는 너무 게으르다.



3번은... 집안에 여유가 있으시면 추천. 가장 간단하게 비자를 받을 수 있다.



4번, 4번이 바로 내가한 선택.

점프란, 비자를 얻기 위해 다른 나라에 다녀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내가 8월 31일에 만료되는 폴란드 비자가 있다고 치자. 

그러면 나는 점프를 하기 위해서는(즉, 학생비자에 이어 새로운 '관광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8월 31일 전에 출국하여 8월 31일 이후에 폴란드에 입국을 해야하는 것이다.


폴란드는 쉥겐조약협약국에 속한다. 그러므로 폴란드는 쉥겐조약을 따른다.

하지만 폴란드와 우리나라 사이에는 '양자협약'이라는 것이 있다.

양자협약우리나라와 폴란드 간에 맺은 비자협약으로, 

쉥겐협약과는 별도로 입국시마다 우리나라 국민에게 관광비자 90일을 발급하는 것이다.


양자협약은 쉥겐협약을 우선한다.

그러므로 점프를 하는 것=우리나라와 양자협약을 맺고 있는 국가 혹은 비쉥겐국가에 갔다가 폴란드에 재입국을 하는 것.

(양자협약국이 아닌 쉥겐국에 잘못 갔다가 추방당하고 벌금 물 수도 있다. 이에대한 자세한 정보는 네이버에 검색해보시길 바람.

양자협약국과 쉥겐협약국 목록은 국제 정세에 따라서 계속 달라지므로 확인 요망.)

그래서 위에 언급한 나의 지인은 점프를 하기위해 우리나라와 양자협약국인 독일에 여러번 다녀온 것이다. 


하지만 독일은 폴란드와 마찬가지로 유럽연합 회원국이다. 

그 말인 즉슨, 폴란드와 독일 사이의 출입국 심사가 없다. 

출입국 심사가 없다는 것은 출입국 도장을 받지 못한다는 것. 

그러므로 출입국했다는 것을 인증하기 위해서 폴란드와 독일을 오고간 기차표, 독일에서 본인 명의의 카드로 지불한 영수증, 숙박영수증 등을

언제당할지 모를 불심검문(안타깝게도 가끔 일어난다. 나는 기차에서 당했다.)을 대비하기 위해서 항상 소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여권과 함께 저런 증거물들(?)을 항상 소지하고 다녀야한다는 것이 귀찮게도 느껴졌고 분실의 위험도 겁이 났고,

출입국 사실을 가장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인 여권에 찍혀있는 '도장'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 불안했다.


그래서 나는 우크라이나에 가기로 결정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 회원국도 쉥겐조약협약국도 아니다. 

그 말은, 우크라이나에 가기위해서는 (비자는 필요하지 않지만) 출입국 심사를 받아야하고 여권에 도장을 받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출입국사실을 제대로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폴란드의 인접한 이웃 국가는 독일, 체코, 슬로바키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그리고 러시아(칼리닌그라드).

우크라이나는 폴란드에서 가장 가까운 비쉥겐 인접국으로 가장 접근성이 좋고 교통비 및 물가가 저렴했다.

세르비아나 루마니아, 불가리아같은 다른 비쉥겐 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비행기를 타야만 했는데

(물론 버스나 기차도 있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비용도 적지 않다.)

점프를 비자연장의 수단으로 선택한 가장 큰 이유가 금전상의 이유였는데, 

단지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서 그곳에 간다는 것은 사치였다.



내가 이용한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에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1. 기차타고 가기.

2. 직접 국경 넘기.


처음 우크라이나 방문 당시, 가장 저렴하고 안전한 방법을 찾다보니 기차를 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차에서 받는 출입국 심사는 직접 국경의 여권 심사대에서 받는 것보다 훨씬 간단하겠다는 생각을 하였고 실제로도 그랬다.


직접 기차역에서 문의한 결과 브로츠와프(Wrocław)에서 출발하여 크라쿠프(Kraków)와 프셰미실(Przemyśl)을 거쳐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인 옛 폴란드 도시, 르부프(리비우, Lviv, Lwów, Львів)에 가는 침대기차가 있다고 하였다.


브로츠와프에서 출발하는 만큼

브로츠와프에서 타면 가장 비쌌고 크라쿠프에서 타면 조금 더 저렴해졌고 프셰미실에서 타면 가장 저렴했다.

그래서 나는 가장 저렴하게 가기 위해 포즈난에서 기차를 타고 프셰미실로 향했다.

(나는 폴란드에서 학생신분 이었기 때문에 기차표 50%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국내 한해서 갈 수 있는 곳까지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경제적이었다.)


포즈난에서 프셰미실 간의 거리는 620km정도. 비둘기호 TLK(;)를 타고 가면 15시간이 소요된다. 

다행이도 하루 1회정도 포즈난과 프셰미실을 연결하는 직행열차가 있다.



여담이지만, 가끔 보면 자기의 아무런 준비 없이 "도와주세요~"만 외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나도 이 당시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은 많았지만 할 수 있는 한 혼자서 해보려고 

여기저기 한국어와 폴란드어를 동원하여 여러 사이트에서 검색해보고 질문도 하고,

그래도 안 되는 일들은 폴란드의 법조계에 몸담고 있는 지인이나 비자문제 해결 경험이 있는 선배들에게 자문을 구하였다.

불확실한 정보 속에서 고민과 걱정을 거듭하며 도장을 받는 날까지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경험자로서 나도 이런 힘든 마음들은 십분 이해하고 나서서 도와주고 싶다. 


하지만 어느 나라가 비쉥겐 국인지, 어느 나라가 쉥겐국인지 이런 기본적인 정보는 

본인이 검색 한번만 하면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인데

이런 기초 정보까지 의 도움을 바라는 것은 내 입장에서 자기 일에 조금 성의가 없는 태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유럽에 살고 있다면 유럽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와 뉴스는 자신이 스스로 찾아서 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크로아티아의 유럽연합 가입에 따라서 크로아티아가 쉥겐국에 합류하느냐 마느냐, 

한다면 언제 하게 되느냐와 같은 것과 같은 이슈말이다.

크로아티아는 2013년 7월 1일부터 유럽연합의 회원국이 되고 쉥겐조약에는 아직 가입을 하지 않았다. 



15시간 기차타고 프셰미실 도착. 

다행이도 이전에 불가리아에서 폴란드까지 26시간 버스타고 돌아온 경험이 있어서 이쯤은 껌이었다.


르부프(리비우의 폴란드식 표기입니다.)에 가는 기차는 새벽 2시에 도착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역시 폴란드 기차답게 연착.

이 기차가 올 때까지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혹시나 기차가 안 올까, 혹시 내가 잘못된 정보를 안 것이 아닐까(기차역에서 몇 번이나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날은 내 비자 만료일이었기 때문에 나는 꼭 이 기차를 타고 우크라이나에 가야만 했다.


Вроцлав(Wrocław, 브로츠와프)-Краків(Kraków, 크라쿠프)-Львів(Lwów, 리비우, 르부프)를 잇는 기차.

다행이 기차는 왔고 기차에 탔다.


당연히 폴란드과 우크라이나를 잇는 기차이니까 

당연히! 폴란드 돈으로 지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일부러 환전을 하지 않았다.

가격도 이전에 매표소에서 판매원 아주머니가 말씀해주셨기 때문에 바가지 걱정도 고민하지 않았다. 

하지만 검표원/매표원 중에 폴란드인은 아무도 없었다. 아무래도 프셰미실에서 다 내린 모양이다.


검표원이자 매표원인 우크라이나 아주머니들이 다가왔고 나는 표를 사려고 가격을 물어봤다.

그런데 이분들이 흐리브냐(UAH, hryvnia, Гривня)로 지불을 하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폴란드 돈밖에 없다고 했더니 이전에 내가 알던 금액보다 1.5배 정도를 더 받는 것이 아닌가-_-

우크라이나어는 내가 모르기 때문에 폴란드어로 내가 알기론 이 가격이 아닌데 왜 이 가격이냐고 따졌지만

어느 나라나 아줌마는 못이긴다. 다시 한번 을은 서럽다.


출입국 심사도 "얘네 비자만료 마지막 날이네."라는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아무 문제없이 도장을 받았다.

그리고 혹시나 시비에 걸릴까 싶어 준비했던 러시아 문장들

"Я из Южной Кореи.(야 이즈 유즈노이 까레이, 나는 남한사람 입니다.)"와 

"Мне не нужна украинская виза.(므녜 녜 누즈나 우끄라인스까야 비자, 나는 우크라이나 비자가 필요 없어요.)"

"Я туристка(야 뚜리스뜨까, 나는 관광객입니다.)" 다행이도 필요가 없었고 아무런 질문없이 무사히 도장을 받았다.


그리고 르부프에서 1박을 지내고 폴란드로 돌아오는 길. 


'자금이 갑자기 바닥이 났다!'


그래서 기차는 탈 수 없었고 미니버스를 타야만 했다. 


이렇게 생긴 르부프 중앙역 앞에 보면 미니버스들이 여러대 서있다.

 

많은 미니버스들 중에서 Шегини(셰기니, 폴란드와의 국경도시.)에 가는 미니버스를 타면 된다.

정류장 근처에 보면 시간표도 있다. 한 시간에 한 대정도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미니버스 내부.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면 안 된다.


셰기니 가는 길의 평화로운 우크라이나 시골 풍경.


셰기니에 도착해서 남은 흐리브냐를 다 써버리기 위해서 마셨던 르부프 로컬 맥주.

Lvivske beer(르비브스꼐 삐보, Lwowskie piwo, Львівське пиво, 리비우지역의 맥주.) 아주 맛있었다! 

혹시 르부프에 방문할 예정이 있다면 꼭 마셔보기를 추천. 역시 맥주는 동유럽!


버스에서 내리면 어이없이 이런 황량한 풍경이 펼쳐진다. 당황하지 말고 사람들을 따라가자.

혹시나 걸어가는 사람이 없다면 아무나 붙잡고 "Где граница?(그졔 그라니짜?, 국경 어디예요?)"를 물어보길 바란다.


계속 가다보면 이런 길이 나온다. 

이런 길의 끝에는 출국 심사대(passport control, 우크라이나어로 паспортний контроль, 빠스뻐르뜨니이 깐뜨롤)이 있다.


원래 사진을 찍으면 안 되지만; 이것이 바로 우크라이나의 출국 심사대.

이곳을 통과하면...


폴란드 입국 심사대 가는 길! 


"Witaj w Polsce!(비타이 브 폴스체, 폴란드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이것이 바로 나의 최초의 우크라이나 경험.

르부프, 혹은 리비우는 정말로 아름다운 도시였지만 전체적으로 우크라이나는 정말 무서웠다. 

유는 모르겠지만 묘하게 스산한 분위기가 도시를 감돈다. 그리고 밤에는 정말 사람이 한명도 없다.

같이 동행한 선배도 무섭다며 해가 지자마자 나에게 호스텔로 돌아가자고 보챘다.

(전적으로 개인적인 감상평입니다.)



그리고 3달간의 관광비자가 생긴 나.

하지만 이 비자는 나의 출국일까지는 보장되지 않았다. 그 뜻은...


"우크라이나에 '또' 가자!"


갔다... 가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에 또 르부프에 갈 수는 없었다. 자금도 부족했고 시간도 없었다. 

그래서 국경에서 도장만 찍고 다시 폴란드로 귀국하기로 결심.


처리할 일이 있어 바르샤바에 들른 나는, 서쪽으로 향하는 포즈난行 기차가 아닌 동쪽을 향해 달리는 프셰미실行 기차를 탔다.


외국인으로 외국에 사는 것은 쉽지 않다. 이놈의 우크라이나를 두번이나 가야하고...(힘들 때 남탓을 하면 조금 덜 힘들다;)

그래도 바르샤바에서 프셰미실까지 고작 9시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포즈난에서 프셰미실에 가는 것보다 6시간이나 단축되기 때문에^^ 조금 위안^^

(아쉽게도 이번 우크라이나行의 사진은 한장도 없다. 

왜냐하면 폴란드에서 10월 중순에  A/S맡긴 카메라를 12월 중순에 받았기 때문^^)


바르샤바에서 야간기차를 타고 프셰미실에 아침에 도착한 나는 PKP(기차역)의 바로 옆에 있는 PKS(버스터미널)에 갔다.

이곳에서 폴란드의 우크라이나 국경마을 메디카(Medyka, Медика)에 가는 미니버스 

혹은 Eurobus(조금 크고 쾌적한 버스. 가격이 조금 더 비쌈.)를 탈 수 있다.

미니버스의 경우 정확한 시간표를 인터넷 상에서 찾기가 힘들고 시간표에 따라 움직이기 보다는 버스가 '꽉 차면' 출발한다.

시간표를 찾을 수 있는 프셰미실에서 메디카로 가는 Eurobus는 새벽 4시부터 밤 9시까지 한 시간 간격으로 있는데, 

자세한 정보는 http://www.e-podroznik.pl/ 사이트에서 확인 바란다.


은 프셰미실에서 곧바로 르부프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기도 한데, 

나는 르부프로 갈 예정이 없어서 그냥 메디카에 가는 버스를 탔다.

프셰미실-르부프-프셰미실 시간표는 아래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 

http://www.pks-przemysl.pl/przemysl-lwow.html

하지만 폴란드가 그렇듯, 버스는 없을 수도 있다. 

지인이 르부프에서 밤 1220분에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기다리다가 

결국에는 버스가 오지 않아 끝내 기차를 타고 폴란드에 귀국하였다.



메디카에서 내리면 보드카와 담배를 파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참 많다. 

미니버스 운전사분께 물어보니 이들은 Euro 2012이후로 우크라이나 국내에서 고깃값이 크게 올라,

폴란드로 고기를 사러 오는 사람들이라고 하였다.

쇼핑하러 온 김에 우크라이나의 싼 보드카와 담배(폴란드의 반값인 2000원정도.)를 폴란드인들에게 팔아 용돈 벌이쯤 하는 것이다.

그래서 폴란드 입국 심사대에서 국경 경찰들은 담배와 술 검사를 아주 철저하게 한다.


우크라이나인들이 고기를 사러 폴란드에 오는 것처럼 폴란드인들은 술과 담배(주로 담배.)를 사러 우크라이나에 간다.

담배의 경우 2갑인가?(흡연자가 아니라서 정확히 모르겠음.) 반입 한도가 정해져 있는데, 물론 폴란드인들은 지키지 않는다.

이들은 담배를 무더기로 사서 이를 길게 늘여 포장을 해서 옷속이나 속옷 속에 숨긴다.


어쨌든 이러한 우크라이나 쇼핑인구(?) 때문인지, 

아무도 없는 아주 작은 국경 마을인 메디카에 비에드론카(Biedronka, 폴란드의 할인 매장.)가 어이없게 떡하니 있다. 

그 안에 들어가보면 키에우바사(kiełbasa, 폴란드 소세지. 굉장히 맛있음.)가 한 벽을 다 뒤덮고 있다.

(이러한 국경 넘어 쇼핑은 러시아와의 국경 사이에서도 일어난다고 한다.)


어쨌든 메디카에 도착해서 사람들을 따라가면 국경이 나온다.

만약에 아무도 없다면 또 아무나 붙잡고 "Gdzie jest granica?(그지에 예스트 그라니차?, 국경 어디예요?)"를 외치면 알려줄 것이다.

이렇게 국경에 도착하면 출국 심사를 받고 나가면 된다. 


솔직히 폴란드는 유럽연합의 회원국이지만 아직 옆나라 독일이나 다른 서유럽의 국가들보다 

사회 간접 자본들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면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폴란드 국경을 넘자마자 느낄 수 있다.


"유럽연합에 속한다는 것은 엄청나게 대단한 것이구나!!!(느낌표 세 개 붙일 정도임. 갑자기 폴란드가 자랑스러워진다.)"


잘 포장된 폴란드의 도로와는 달리 우크라이나에 들어서면 갑자기 흙길이 시작된다.

그리고 가장 충격이었던 것은 입국 심사대. 


폴란드의 자랑스런 'European Union' 국기와 마크가 박힌 입출국 심사대와는 달리,

폴란드-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걷다보면 봉고차 두 대가 나온다.

이것이 바로 입국 심사대.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한 국가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입국 심사대가, 패스포트 콘트롤이 '봉고차 두 대'일 수가 있지...? 

굉장히 신선한 충격이다.


그래도 간다. 가야한다. 여기서 지체하면 안 돼! 그래서 갔다.



아직도 구소련의 잔재들이 남아있는 듯한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에 살아보지 않아서 실제로는 어떤지는 모름.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상 그렇게 느꼈음.)


그 당시 나는 러시아어를 거의 구사하지 못하였다.

폴란드어 덕분에 몇몇 단어를 알아들을 수 있고

방학 동안에 아르메니아와 그루지야를 여행한 덕택에 쌓은 서바이벌 러시아어 정도 구사할 수 있을 정도지, 

입국 심사대에서 국경경찰과의 대화가 가능할 정도는 되지 못하였다.


어쨌든 길었던 줄이 조금씩 줄어들고, 수많은 우크라이나인 사이에 낀 아시아여자인 내 차례가 다가왔다.


국경경찰1: "Откуда Вы приехали?(아드꾸다 븨 쁘리예할리?, 어느나라 사람이세요?)"


내 여권에 내가 한국사람인 거 뻔히 써있는데 왜 물어봤는지 모르겠음. 

그래도 혹시나 내가 북한인인가 싶어서 물어보나해서 성실히 대답.


나: "Я из Южной Кореи.(야 이즈 유즈노이 까레이, 나는 남한인입니다.)"

예전에 처음 우크라이나 방문했을 때&이번에 오기 전에 열심히 달달 외운 보람이 있었다.


국경경찰1: "Почему вы приехали в Украину?(빠체무 븨 쁘리예할리 브 우끄라이누?, 왜 우크라이나에 오셨어요?)"

굉장히 typical한 질문. 이쯤이야 내가 자신있게 대답해주지.


나: "Я туристка(야 뚜리스뜨까, 나는 관광객입니다.)"

대답도 굉장히 잘 함. 내가 갑자기 자랑스러워짐. 고작 두 개 질문 대답했다고 우크라이나 정복할 기세. 

'나는 천재야. 러시아어 공부도 제대로 안 했는데 이렇게 우크라이나 국경 심사대를 제패하다니. 음핫핫.' 

그 짧은 순간에 굉장히 많은 생각을 했다.


국경경찰1: "Куда вы %^&*()_(*&%?"

다른 말은 하나도 못 알아듣고 꾸다만 알아들었다. 

'어디 가냐고? 어디 간다고 하지? 아, 이건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인데.'

당당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갑자기 엄청나게 당황. 


결국에는 거짓말을 했다. 물론 난 러시아어를 못했기 때문에 폴란드어로 대답.


나: "Pojadę do Lwowa. Львів! Львів! Львів! (포야뎅 도 르보바. 리비프! 리비프! 리비프!, 저 르부프가요, 리비우x3)"

폴란드어인 Lwów라고 하면 못 알아들을까 하여 우크라이나어로도 대답했다. 나는 당황하면 단어를 세번 반복한다.

'리비프! 리비프! 리비프!' 정말 당황했다.


국경경찰1: "(엄청나게 무서운 표정으로)Где $%^&*()^%$#@#$%^& виза?"

여기부터 엄청난 당황. '아 왜 나한테 비자를 달라고 하지? 왜? 나 비자 필요 없는데?'

상황이 급박해지고 엄청나게 당황하니까 오기 전까지 달달 외웠던 '나는 우크라이나 비자가 필요없어요.'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지푸라기를 잡은 심정으로 폴란드어로 대답했다.


나: "Nie potrzebuję ukraińskiej wizy.(니에 포트쉐부옝 우크라인스키에이 비지. 나는 우크라이나 비자가 필요 없어요.)"


국경경찰1: "(화내면서) @#$%^&*(*&%^#$@!@#$%^& виза!"

이 아줌마 엄청 무섭게 생겼는데 화내니까 더 무섭다. 아마도 못알아 들은듯.

그래도 겁 먹으면 지는거니까, 겁 먹지 않은 척 연기를 하면서 '어떡하지 어떡하지'하는 순간 생각났다.


나: "Мне не нужна украинская виза.(므녜 녜 누즈나 우끄라인스까야 비자, 나는 우크라이나 비자가 필요없요.)"

     "Я из Южной Кореи.(야 이즈 유즈노이 까레이, 나는 남한사람입니다.)"

이 말만 한 3번 반복했다. 아 정말 식은땀이 줄줄났다. 엄청나게 당황했다. 무서웠다. 

괜히 쫓겨날 것 같았다. 입국거부를 당할 것만 같았다.

'내가 유럽연합이랑 러시아한테도 거부 안 당했는데 우크라이나한테 거부 당해야하나?'하는 생각에 

왠지 자존심도 상하기도 했다.


이게 바로 우크라이나구나.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 우!!!!!!끄이!!!!!!나!!!!!!!! 우크라이나를 정말 몸소 느꼈다.

우크라이나인들에게 1분 걸리는 입국 심사를 웬 이상한 아시아 여자애가 20분 가까이 잡아먹고 있으니 

뒤에 빼곡히 늘어선 줄도 웅성웅성.


어쨌든 내가 이렇게 당당하게 계속 외치니 국경경찰 아줌마도 당황했는지, 

옆 봉고차의 직원에게 물어보고 여기저기 전화를 하더니 여권에 도장을 찍고 보내줬다.


"야호!!!!!!!!!!!!!!!!!!!!!!!!!!!!!!!"


정말 소리내서 기뻐했다. 그리고 나는 국경 마을 셰기니에서 내 생일파티와 남은 폴란드 삶을 위한 술을 장만했다.

샴페인 750ml, 맥주 2L 페트 하나 500ml 캔 4개, 보드카 750ml 2개 그리고 와인이라고 쓰여진 이상한 음료 500ml 3개. 

거의 8리터에 육박하는 알콜과 초콜릿들을 샀다.

우크라이나 초콜릿 진짜 맛있다. 특히 무게 달아서 파는 그 초콜릿, 강추! 

어쨌든 엄청나게 산 것 같은데 3~4만원 정도밖에 안 들었다.


내가 산 네캔의 맥주. 라즈베리맥주, 자몽맥주, 체리맥주, 에너지맥주. 에너지맥주가 제일 맛있었고 

'High Quality Product'라는 문구는 왠지 모르게 이들을 'Low Quality Product'로 보이게 하였다;


물건을 사고 계산을 하는데 생각보다 흐리브냐가 부족해서 주변의 환전소로 환전을 하러 갔는데, 

그 환전소에 있는 아저씨 무리가 나를 쳐다보던 그 조롱의 눈빛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놀림도 당했다; '끼따이 끼따이(러시아어, 우크라이나어로 중국.)'도 좀 듣고 

뭐 이상한 소리도 한 것 같은데 어쨌든 너무 무서웠다.


쇼핑을 마치고 나왔는데 진짜 입국 심사대 가는 길까지 200m정도 밖에 안 되는 것 같은데

정말; 가는 길에 속된 말로 오줌 쌀 뻔했다. 무서워서.


그 스산하고 정말 살인이 일어나도 아무렇지 않을 것만 같은 그 분위기.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담력도 강하고 쉽게 겁도 안 먹는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우크라이나 셰기니 마을에 참패했다;


셰기니 마을의 모습과 같은 그림을 찾았다. 검색어는 'zombie town'

정말 분위기가 이렇다. 11월이어서 더 스산했을지도.



그리고 다가온 출국의 순간.

출국 심사대인 다른 봉고차에 줄을 섰다.

드디어 나의 차례가 왔다.

아까 입국 심사대의 국경 경찰과 대화하던 여자가 저 출국 심사대 봉고차에 있다.


그나저나... 나... 거짓말... 했는데...?



국경경찰2: "(다짜고짜)Где $%^&*()^%$#@#$%^& виза?(비자 어디에 있냐고 물은 듯.)"

'아니 왜 나에게 비자를 또 달라고 하지? 아까 네 친구가 너한테도 물어본 거 생각 안 나? 한국 비자에 대해서? 

네 친구가 결국에 나 보내준 거 기억 못 해? 

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아시아인 고작 나 한명인데, 그것도 나 고작 한 두 시간 전에 왔었는데 기억 안 나?

그리고 내가 비자 없으면 너네 나라에 입국 어떻게 하겠어? 그리고 한국인인 내가 왜 너네 나라에서 불법 체류를 하겠어!'

속으로 엄청나게 욕을 했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엄청난 악감정을 가지게 되었었는데, 누구나 내 상황이 되면 이렇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우크라이나 관계자분들 노여워 마시길.


나: "Мне!!!!!!!!!! не!!!!!!!!!!! нужна!!!!!!!!! украинская!!!!!!! виза!!!!!!!!!!!

     (므녜!!!!!!!!!! 녜!!!!!!!!!!! 누즈나!!!!!!!!! 우끄라인스까야!!!!! 비자!!!!!!!!!!!!,

     나는!!!!!!!!!!! 우크라이나!!!!!!! 비자가!!!!!!!!!! 필요 없어요!!!!!!!!!)"

     "Я!!!!!! из!!!!!!!!!! Южной!!!!!!!!!! Кореи!!!!!!!!!!!!!

     (야!!!!!!! 이즈!!!!!!!! 유즈노이!!!!!! 까레이!!!!!!!!!!

    나는!!!!!!!!! 남한!!!!!!!!! 사람!!!!!!!!! 입니다!!!!!!!!!!)"

진짜 울먹거리면서 외쳤다. 그 순간에 속으로 별별 생각을 다 했다.


'아. 나 여기서 진짜 못나가면 어떡하지? 아직 폴란드 생활도 제대로 마무리도 못했는데. 

바보같이 우크라이나 주재 한국 대사관 전화번호도 안 알아왔어. 난 왜 이렇게 준비성이 철저하지 못하지? 

그래, 준비성이 철저하고 생각이 있었다면 거주증을 만들었겠지. 이건 다 게으르고 가난한 내 탓이야. 

흑, 이대로 우크라이나에서 추방당하면 어쩌지? 폴란드에 있는 내 거대한 짐더미는 누가 한국으로 보내주지?

나의 해외 생활은 이제 끝이야. 그리고 쫓겨나도 하필 우크라이나에서 쫓겨나는거지? 

그래도 쫓겨나면 다행인가? 여기 분위기 음산하고 스산한 거 보니까 

갑자기 요새 페이스북에서 유행하는 장기매매 괴담이 생각나. 

하나님 부처님 알라님 살려주세요...'


국경 경찰은 계속 나에게 비자를 요구했고 나에게 너 르부프 간다면서 왜 지금 집에 가냐고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사실은... 내일... 진짜 중요한 수업이 있는 걸... 깜빡하고 여행을 왔어... 그래서 나는 폴란드로 돌아가야해..."


이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쳤다. 물론 폴란드어로 말했다.

국경 경찰 아줌마는 나에게 몇 번 더 비자를 요구하다가 결국에는 여권에 도장을 쾅! 찍고 보내줬다. 

그때의 나의 기분은 억울하게 살인죄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빠삐용이 감옥을 탈출했을 때의 기분.

그때의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그리고 폴란드 입국 심사대에서는 어떠한 문제도 없이, 술 검사도 안 했을 뿐더러,

아시아 여자가 폴란드어 잘 한다며 칭찬 받고 나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모든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았지만 그때는 진짜 가슴 떨림이 몇 시간 동안이나 멈추지 않았다.

폴란드 국경을 넘고 메디카에서 다시 미니버스를 타고 프셰미실로 돌아와서 

새벽 2시에 출발하는 포즈난行 기차를 타고 나서야 조금 안정이 되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나의 자랑스러운 우크라이나를 통해 얻은 6개월의 폴란드 관광비자.


후에 폴란드인 친구와 내 험난한 비자 얻기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친구에 의하면, 국경 경찰들이 나에게 여러번 비자를 내놓으라며 다그친 이유는 

아마도 뒷돈을 내놓으라는 의미인 것 같다고 한다.

 


폴란드 내의 불심검문은 한마디로 말해 복불복이다.


불심검문은 주로 기차역과 같은 다른 도시/나라로의 통로에서, 

주로 동양인들을 대상으로(아마도 불법체류 외국노동자로 보이나 보다-_-;.) 일어난다.

여권을 소지하고 있지 않을 경우에 벌금을 물 수도 있고 운이 좋다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기도 하지만

운이 몹시도 나쁜 경우라면 구치소에 수감되는, 가장 안 좋은 결말을 맞게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항상 여권을 소지하고 다닐 것을 권장한다. 학생증도 통하지 않는다. 

외국에서 나의 '가장 공식적인' 신분증은 여권이 유일하다. 복사본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폴란드 법조인 지인에게 물어보니 폴란드 법에 외국인은 항상 여권을 소지해야한다는 조항이 존재한다고 하니 

순순히 보여주도록 하자.

혹시나 소지하고 있지 않은 경우, 알아서 폴란드어로 잘 대처하길 바란다. 참고로 경찰분들 영어를 구사하지 못한다.

폴란드어를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요새 폴란드 대학생들의 대부분은 영어를 잘하는 편에 속하므로, 

주위 폴란드 젊은이들에게 통역 도움을 요청하거나 대사관에 전화를 하여 도움을 요청하도록 하자.


혹여나 나처럼 학생신분을 유지하면서 비자를 학생비자에서 관광비자로 연장한 경우에는, 

절대! 본인이 학생이라는 언급을 해서는 안 된다.

어디에선가, 관광비자를 지닌 학생신분은 불법이라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정확히 확인된 바는 없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함.)


첫 번째 우크라이나 방문 후, 관광 비자가 1개월 미만이 남았을 시기에 나는,

포즈난에서 바르샤바에 가는 기차 내에서 폴란드 군인에게 여권검사를 받은 경험이 있다.

폴란드 군인이 나에게 지금 폴란드에서 무엇을 하고 있냐고 물어보며 

왜 폴란드 학생비자와 우크라이나를 다녀온 흔적이 많냐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저번 학기에 폴란드에서 폴란드어를 수학한 폴란드어를 전공하는 한국인 학생이고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를 좋아해 양국을 오가며 몇 개월째 여행중이고 곧 한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라고 둘러댔다.

이러한 상황이 자주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일어나는 경우도 더러 있으므로 알아서 잘 둘러대기를 바란다.



결론: 되도록이면 나처럼 힘들게 살지 말자. 늙는다.



<폴란드에 살고 있다면 꼭 숙지합시다!>

주폴란드 한국대사관 홈페이지: http://pol.mofa.go.kr/korean/eu/pol/main/index.jsp

주폴란드 한국대사관 전화번호: (+48-22) 559-2900


<우크라이나에 갈 때에는 꼭 숙지합시다!>

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 홈페이지: http://ukr.mofa.go.kr/korean/eu/ukr/main/index.jsp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 전화번호: (+38-044) 246-375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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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즈난에서 바르샤바 가기

여기저기 2013. 5. 4. 02:16



폴란드 유학 시절 나는 수도가 아닌 폴란드에서 5번째 규모의 학생 도시인 포즈난에 살았다. 

내가 살던 동네에서 바르샤바는 300km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바르샤바에 가기 위해서는 기차를 타야만 했다. 

물론 버스를 타도 되지만, 빈도가 적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즈난에서 바르샤바로 향하는 기차는 4가지 종류가 있다.


1. Inter Regio(인테르 레기오) - 3시간 30분 정도 소요.

: 보통 Inter Regio는 싼 가격과 안 좋은 물;을 자랑한다. 조금 늦은 시간에 타면 취객으로 넘쳐난다.

물론 시설도 타의 추종을 불어한다. 무엇을 상상하든 최악을 볼 것이다.



내가 탔던 인테르 레기오의 모습. 지나갈 수 없다!


하지만 바르샤바로 가는 IR은 (아마도) 수도行이라서 그런지 Regio Ekspres라는 좋은 기차가 다닌다.

이 기차는 시설이 좋음에도 불구하고(내 생각엔 폴란드에 있는 기차 중에 제일 좋다.) 가격은 보통 IR과 거의 동일하다.

시간만 맞으면 이 기차를 타는 것을 강추. Polecam.



2.TLK(테엘카) - 3시간~3시간 30분 소요.

: 혹자는 말했다. 


"TLK는 한국의 비둘기호야." 


"여름에 타는 TLK는 Twój Letni Koszmar(해석: 너의 여름 악몽)야."


우리나라에 이미 존재조차 하지 않는 비둘기호... 이것이 바로 폴란드의 일반/보통 기차 TLK이다.

가격도 보통이고 시설도 보통이지만!

화장실. Oj 화장실! 

미리 역에서 돈주고 갈 수 있는 화장실에서 해결하고 기차 안에서는 물 마시는 것을 자제하길 바란다.

한푼을 아까워 하지 말기를 바란다. 정신 세계를 공격하는 화장실의 경험은 하지 않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



TLK의 바곤(Wagon, 객차라는 뜻의 폴란드어 단어.)

보통 2등석 객차는 8인 1실이지만 가끔 운이 좋으면 6인 1실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날처럼.

이 날은 7월 12일부터 8월 22일까지 약 40일간 했던 아르메니아-그루지야(조지아)-터키-불가리아여행에서 폴란드로 돌아온 날이다.

성수기의 비행기 값이 감당이 되지 않아 불가리아에서 폴란드까지 26시간 버스를 타고 왔다. 

그리고 폴란드의 카토비체(Katowice)에 도착하여 포즈난으로 기차 타고 가는 길. 

저 짐을 들고 40일을 걸었다. 하지만 열심히 먹고 마셔서 살은 빠지지 않았다.


3.Inter City(인테르 씨티)  - 2시간 30분~3시간 소요.

: 한마디로 말해서 (TLK보다 조금 더 깨끗하고 조금 더 빠른)새 기차. 

가격은 두배가 뛰는데 시간은 30분밖에 단축이 되지 않는다. 

내가 이 기차를 탔을 때에는 심지어 30분 연착^_^을 하였다. 물론 사과는 없다. 추후 환불도 없다. 

그리고 가장 신기한 것은 사람들이 불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4. Euro City(에우로 씨티) - 2시간~2시간 30분 소요.

: 바르샤바-포즈난-베를린을 잇는 기차. Euro라는 이름이 들어간 값을 한다.

그리고 가격도 폴란드 기차계의 부르주아다. 고급 기차이므로 학생 할인도 없다. 학생은 TLK나 타라.는 폴란드의 교훈.



기차 시간표 및 가격은 http://rozklad-pkp.pl/bin/query.exe/pn?(영어 버전)에서 확인 가능하다.


"Miłej podróż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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