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부터 입김이 하얗게 나오는 겨울아침의 등굣길을 나설 때면 항상 Tori Amos의 Winter을 들었다.
이 노래를 들을 때면, 항상 일부러 벙어리 장갑을 낀 손을 부비면서 걸음을 걸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가사에 mitten이란 단어가 나오거든. 그리고 난 그 단어를 정말 좋아했음.
항상 이 노래를 실제로 들을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리고 기회가 생긴다면 꼭 콘서트에 가고야 말겠다고 다짐을 했다.
때는 바야흐로 작년, 내가 모르는 새에 10월인가 11월 쯤에 바르샤바에서 토리 에이모스의 콘서트가 있었다.
내가 이 사실을 알아채리고 난 후에는 콘서트는 이미 예~전에 끝난 상태. 콘서트 뿐만이 아니라 유럽투어도 끝났던 상태.
내 인생 허...무...한듸...
그리고 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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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 에이모스 2014 투어 in 월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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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결제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cvc 오류로 결제 실패-_-
혹시 자리가 나갈까 하는 마음을 졸이고 졸이다가 신한카드 상담원과의 통화를 마친 후에,
이 콘서트 소식을 알게된 지 이틀만에 표 구입.
한국과 비교해서는 이 공연의 가장 비싼 자리인 278zł(한화로 약 97,300원)짜리 표도 싼 편에 속하지만,
난 가난한 학생이고 내가 이 돈을 안 쓰고 모으느라 얼마나 고생한 걸 내가 더 잘 알기 때문에
모든 열 양 끝에 두개씩 붙어있는 저렴한 추가석 자리를 구입했다.
가격은 위에 나온대로 수수료를 제외하고 178zł, 한화로 62,300원.
유명해져버린 지금의 10cm의 공연표도 구입할 수 없는 가격에 토리 에이모스를 볼 수 있다니. 정말로 행복하다.
하지만 콘서트 일정이 초여름이라 셋리스트에 윈터가 올라갈지 안 올라갈지,
올라간다 하더라도 그 설레는 차가운 겨울의 떨리는 마음에 이입해서 들을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쁘다.
이래서 나는 유럽이 너무 좋다. 우리나라는 콘서트 표 가격이 너무 너무 너~무 거품이다.
다시 돌아가게되어 기뻐. 내년에도 콘서트 많이 많이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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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리는 여기! 앞에서 7째 줄 맨 꼬다리 자리.
하지만 난 순대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위가 꼬다리니까 꼬다리 자리도 좋아하게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
예전에 A와 포즈난의 극장에서 호두까기 인형(Dziadek do Orzechów)을 봤을 떄 이 추가석에 앉았는데,
물론 비싼 일반석보다는 별로이긴 했지만 그래도 만족스럽게 저렴한 가격에 좋은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12월에 모스크바 시립 발레단이 내폴(!)을 해서
백조의 호수(Jezioro Łabędzie) 전국 순회공연을 하는데 보지 못해서 아쉽다.
아주 아주 어렸을 때 발레를 해서 그런지(지금 내 실물을 아는 사람들은 상상하기 힘든 그런 과거...)
발레를 보면 어린시절의 기억이 떠올라서 괜히 즐겁다.
하지만 나는 발레를 정말 못해서 토슈즈를 신는 단계에 진입조차 하지 못 했다는 슬픈 과거... 예체능이 버린자가 바로 나요...
나중에 꽁꽁 숨겨둔 꼬깃돈을 꺼내서 마스끄바의 발쇼이 찌아뜨르에서 리비지너예 오지러를 좋은 자리에서 관람하고야 말겠따!
(슈바입고 샤프카 쓴 채로 뒤뚱뒤뚱 입장해서 가르지로프가서 허물들을 쓱 벗고
몸에 쫙 붙는 화려한 원피스만 입은 채로 극장을 돌아다니는 꿀뚜르나야한 젠쉬나로 변신!하면 완전 멋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