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 썬샤인 바

식도락일기 2013. 7. 17. 00:08


2012년 8월, 미리 구입한 The Whitest Boy Alive의 베를린 콘서트 때문에 여름 여행으로부터 급히 귀국을 하였다.


2박 3일의 여정으로 떠난 베를린 여행에서 나와 A가 한 거: 쇼핑, 음주, 무(舞), 콘서트 관람. 끝.

콘서트가 끝나고 애프터 파티를 기다리며 어색하게 텅 비어버린 공연장을 서성이는데 스태프가 셋 리스트를 뿌리려 하였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런 종이 쪼가리 정말 필요 없는데(심지어 결국에 버림.) 왠지 모르게 그 당시에는 너무 갖고 싶었다.

나의 경쟁자였던 한국인 남자처럼 생긴 청년을 이겨 받아낸 셋 리스트. 몇 마디 해보니 한국인이 아니라 홍콩인이었다.

이게 바로 나와 A와 C의 첫 만남. 


애프터 파티에서 놀다가 새벽에 방전된 우리 셋은 클럽을 나왔고 

24시간 하는 케밥집에 앉아 케밥을 안주삼아 맥주를 마시면서 얘기를 나누는데

일본을 너~무 좋아해서 가끔은 나를 좀 섭섭하게까지 만드는 A와 C가 일본 찬양을 하면서 아주 신이 났었다!

여행 이야기를 하다가 C에게 한국에 와본 적이 있냐고 묻자 와본 적은 있는데 솔직히 별로였다고 말하는 C와 표정관리 안 되는 나!

그래도 버스 터미널에 가는 첫 기차가 다닐 때까지 우리와 놀아준 착한 C와 바이바이를 하고 나와 A는 폴란드에 돌아왔다.



그리고 한동안 연락을 하지 않다가 어느 날 C에게서 연락이 왔다. 


"나 졸업여행으로 여자친구랑 서울 갈 예정이야."


솔직히 속으로 "너가 저번에 서울 별로라며! 일본이나 가!" 라고 하고 싶었지만! 

나는 성숙한 대한민국 국민이니까 착한 어른 가면을 쓰고 "언제부터 언제까지^^?" 이런 기본적인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이 아이에게 얼마나 서울이 멋있는 도시인지 보여주고 싶어서 내가 가본 괜찮은 곳들, 내가 좋아하는 곳들을 잔뜩 추천해줬다.


그리고 날 잡아서 만난 C와 그의 여자친구 W. 

대만인은 내가 몇 알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홍콩애들과 대만 애들은 항상 본인의 영어 이름을 가지고 있다.

되게 미안한 소리지만, 나서서 힙스터를 자청하는! 홍콩의 인디 문화를 대표하고 싶어하는-_-;?! 

워너비 힙스터 C는 대한민국의 엄청나게 구수~한 이름이 어울리는 정도의 외모를 지녔지만 이름은 세련된 영어 이름! 


그의 여자친구도(웬만한 사람은 차지하기하기 힘들다는) '나보다_키_작은_사람.human'의 불명예를 가진

밍밍같은 귀여운 발음의 중국 이름이 너무 잘 어울리는 귀여운 외모의 소녀인데,

본인이 소개한 이름이 굉장히 파워풀한 흑인 여가수의 이름과 똑같아서 나도 모르게 웃을 뻔 했다;;;


사실 C랑은 별로 안 친해서 왠지 재미없을 것 같았는데 처음 만난 C의 여자친구가 W가 아주 재밌고 착한 아이어서

저녁에 만나 새벽까지 엄청나게 수다를 떨다 왔다.


주로 우리가 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W가 쉴새없이 이야기 한! 나보다 말 많은 사람 오랜만.)의 주제


1. 한국인들은 왜 이렇게 느긋하고 여유로워?

뭐... 뭐라고? 한국인이 여유롭고 느긋하다고?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와서 가장 빨리 배우는 표현 중의 하나가 "빨리 빨리!"인데 이런 소리를 들으니 나도 모르게 벙쪘다.

이유인 즉슨, 아침부터 밤까지, 아무리 근무시간 대라고 할지라도 홍콩의 길거리는 항상 북적북적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둘이 본 한국의 거리는(내가 보기엔 적당하게 북적거리는 정도) 사람도 그다지 없고 

아침 출근 시간에 1분마다 전철이 오는 홍콩의 지하철과는 달리 한국은 배차간격이 기본은 5분인데 

어떻게 한국인들은 그런 상황을 견디냐며, 홍콩에서 이런 상황이 일어난다면 사람들이 엄청나게 시위를 해댈 거라더라.

홍콩을 가본 적이 없고 아직 가까운 미래에 갈 예정이 없어서 홍콩의 상황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뭔가 벌써부터 겁이 난다!


2. 한국어를 잘 하는 외국인들이 있다는 것이 부러워!

이 둘이 가장 놀란 것 중에 하나는, 이들이 만난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잘 한다는 것.

새벽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아침에 도착해서 홍대에서 호텔을 찾으려 하는데 

어떤 서양인이 다가와서는 지나가는 한국인에게 한국어로 물어봐주고 영어로 통역을 해줘서 길을 찾았단다.


홍콩에는 외국인이 정말 많은데, 

홍콩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홍콩인들의 영어실력 덕분에? 때문에? 외국인들은 절대 광둥어를 배우려 하지 않는단다. 


3. K-Pop 가수들, 한국에서도 이렇게 인기 많아?

예전에 일본어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면 최근에 홍콩에서 떠오르는 아시아 언어는 한국어.

학교에 한국어 수업이 열리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수강을 하려 한다고 한다.

홍콩 거리나 텔레비전에는 K-Pop 가수들이나 한국 연예인들의 광고와 드라마로  도배가 되어있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한국에 와보니 상상과는 달리 별로 K-Pop 가수들이 출연한 광고가 없다는 것.

도대체 홍콩 상황이 어떻길래 그러지...?


하도 이야기를 너무 많이해서 생각도 안 난다. 하루 만에 이렇게 사람과 친해진 게 너무 오랜만이라서 정말 즐거웠다.



C를 꼭 데려가고 싶었던 내가 좋아하는 썬샤인 바. 원래 외국친구들이 한국에 여행을 오면 

항상 한국식 느낌이 물씬 나는 전통주점에 가서 같이 막걸리를 마셨는데 

이 힙스터놈은 "나에게 한국의 힙스터같은(!!!!!!) 장소를 보여줘."라고 말해서 여길 꼭 데려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가는 길은 어렵지 않은데 주의깊게 보지 않는다면 지나치기 쉬운 숨겨진 곳이라서 꼭 데려가고 싶었다(!)

C의 여자친구 W가 여기에서 사진을 백만 장은 찍었으니 성공한 것 같다. 움헷헷.


썬샤인 바 밑에는 레게치킨썬샤인이 있고 레게치킨썬샤인 위에는 썬샤인 바.


'Everyone says I love you'라는 와이파이를 썬샤인에서 쓰게 해주는 사랑이 넘치는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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