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에따야(Это Я)

식도락일기 2013. 8. 20. 05:56


얼마전에 신촌에서 홍대로 걸어가는 길에 발견한 뜬금없는 러시아어로 된 간판.

궁금해서 들어가보고 싶었는데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가는 길이라 다음에 다시 와보기로 결정.
개강 준비를 위해 러시아어 문법책까지 들고 갔다(학구열이 활화산!!!)

아직도 크리스마스 장식이 달려있다(!)


나는 여기 혼자 구석진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스탠드도 있고 바로 눈앞에 콘센트도 있고 거울도 있다. 혼자 앉아서 딴짓하면서 시간 보내기 제격인 자리.


미도빅(Медовик) + 아메리카노 세트를 6,000원에 파는데 아메리카노를 아이스로 바꾸면 6,500원이다.

사이사이가 꿀로 채워져있는 꿀케이크 미도빅. 러시아에서 자주 먹는 케이크라고 한다. 다음에 러시아에 가면 먹어봐야지.


예전에 폴란드에서 먹었던 꿀 케이크가 생각나는 맛이었다. 한국인 입맛에 맞게 덜 달게 만드신다고 하신다. 

폴란드에서는 tort miodowy, miodownik이라고 부르는데, 둘 중 tort miodowy라고 더 자주 부르는 것 같다. 

하지만 부르는 사람 마음! 케이크 구운 사람 마음! 내 마음!


카페 주인분이 양키캔들을 좋아하시나보다. 날씨가 빨리 추워져서 양초를 켜놓고 지내고 싶다. 여름은 언제 끝나나.


요새 그래도 매미들이 예전에 비해서 조금 조용해져서 여름이 덜 괴롭다. 

나는 산 옆에 살아서 여름마다 매미의 미칠듯한 소음에 엄청나게 시달리고 잠에 방해가 되기까지 해서 매미를 증오할 정도다.


일주일을 살기 위해서 17년을 땅속에서 보내는 매미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싶지만 

내 방에 창문에 매일 매일 찾아와서 굳이 거기에 꼭 붙어서 내 근처에서 시끄럽게 울어대고 

심지어 내 방에 들어오기까지 하는(방충망이 있는데 도대체 이 큰 덩치가 어떻게 들어왔는지 정말 의문이다. 대단한 놈.) 매미. 

잘 가라, nie moja sprawa!!!


나의 스웨덴인 친구는 한국의 여름이 좋은 이유를 세 가지로 꼽았는데,

1. 너무 덥다. 2. 가만히 있어도 땀난다. 3. 매미 소리가 듣기 좋다. 

나의 날씨취향과 완전 반대. 나는 추위가 좋고 매미가 싫어. 너도 우리 집에 살아봐. 매미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거야.


쁘리볫, 오친 쁘리야뜨너! 1학기 기록이 새록새록하다ㅋㅋ 그나저나 다음학기 러시아어 수업 17학점 어쩌니...


주인분께서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등지에서 일하시면서 사오신 것들이라고 한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로 좋아하는 마트료시카! 트빌리시 기념품도 있다. 전통악기 미니어쳐 모음은 아제르바이잔 기념품.

가게 이름에 걸맞게 러시아어로 된 책들도 몇 권 있다.


여기도 역시 빠지지 않는 마트료시카. 터키에도 다녀오셨는지 카파도키아 기념품이 있다. 


나도 내 집이 생긴다면 저런 기념품 지금보다 더 많이 왕창 사서 모아서 집안 곳곳을 장식해 놓고 싶다

우리 엄마가 가장 싫어하는 나의 행동: 기념품 사는 것. 

나는 물건들을 늘어놓고 장식해놓고 벌려놓는 것을 되게 좋아하는데 엄마는 바로 그 반대이시다. 

그래서 내 방에 들어오실 때면 아주 표정이... 헤헤. 혼자있고 싶으니까 나가주세요.


왼쪽: 조지아의 뿔잔 그리고 오른쪽: 아르메니아의 두둑

저 뿔잔으로 술을 마시면 세워놀 수 없기 때문에 원샷을 해야한다. 조지아에서는 와인을 저 뿔잔으로 마신다는데 나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다. 나중에 조지아에 다시 가게 된다면 꼭 저 뿔잔을 사와서 우리 집, 아니 내 집에 장식해놔야지.



러시아어 간판이 달린 가게에서 러시아어를 공부하니까 왠지 모르게 공부가 더 잘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진도가 왜 이렇게 안 나갈까?


결론: 나 다음 학기 어떡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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