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co's Kitchen - 포즈난 중국 음식점 맛집

식도락일기 2015. 5. 3. 10:04


포즈난에서 유학하던 시절, 한식당은 비싸서 자주 가지 못하고 밖에서 밥을 먹고 싶을 땐 주로 중국 음식점에 갔다.

어디에나 그렇듯 포즈난에도 중국 음식점이 꽤 있는데 그중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중국 음식점은 

Fredry 거리에 있는 Wook, 23 Lutego 거리에 있는 Pekin, Święty Marcin 거리에 있는 Azalia 정도인데 

셋 다 별로 한국인들 사이에서 평이 안 좋아서 가본 적이 없다. 

사실 주위 폴란드인들이 맛있다고 했지만 맛에 있어서는 폴란드인보다 한국인을 신뢰하기에 별로 나서서 도전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가던 유일한 중국 음식점은 트람 정류장 Plac Bernardyński에서 내리면 바로 뒤에 위치한 건물 2층?의 'YiFan'

사실 이 음식점은 '일본 레스토랑'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중국인이 주인이고 스시를 제외한 메뉴의 대부분이 중국 음식이다.

이 가게의 추천 메뉴는 차한(볶음밥, 맵게 해달라고 하면 맵게 해줌.)과 만두. 

가격도 저렴하긴 하지만 중심지에서 아주 조금이긴 하지만 떨어진 곳에 위치해서 사실 귀찮아서 자주 못 가던 곳.


2014년 바르샤바에서 반 년간 인턴 생활을 하면서 포즈난에 출장을 세번 가량 갈 기회가 있었다.

출장 시에는 교통비와 식비가 지원이 되기 때문에 출장 가기 전 날이면 항상 포즈난 맛집을 검색하곤 했다.

그러다 찾은 곳이 바로 Rico's Kitchen.


이곳은 Rico라는 패기가 넘치는 중국인 셰프(아마도?)가 운영하는 (본인에 의하면) 포즈난의 유일한 진짜 중국 음식점. 

가게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주인장이 영어+폴란드어로 관리하는데,

포즈난의 다른 중국 음식점에 비해 가격이 조금 높다 보니 폴란드인들이 가격으로 몇 번 컴플레인을 걸었나 보다.

그에 대해 주인장이 공개적으로 남긴 답변이 아주 패기롭다.

우리 가게 음식을 뭣 같은 폴란드식 중국 음식과 비교하지 말라며 

BMW, 마약, 맥주에는 돈 흥청망청 쓰면서 너한테 쓰는 식사 30 즈워티를 아까워하는 놈팡이는 만나지 말라며 

차라리 나를 만나라며 난 적어도 좋은 밥 사줄 능력이 된다며 폴란드 여성들에게 충고를 던지는 이 주인장.

그래서 더 이 가게가 궁금해졌다.


가게 주소는 ul.27 Grudnia 9, Poznań으로 중심지에 위치해있다.

전화번호(예약 가능): +48 531 309 158

홈페이지(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OjjisanMilkBar/


29 Grudnia 거리를 걷다가 Kantor가 나오기 전 건물 사이로 들어가면 된다. 

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저기가 아니면 다음 입구;


골목 사이로 들어가면 이렇게 중국식 등이 달린 길이 나온다. 


그리고 나타나는 가게와 야외석. 사실 옆에 불상도 있는데 사람들이 식사하고 있어서 찍지 않았다.


우선 가게는 매우 협소하다. 2층으로 되어있는데 1층은 주방, 계산대, 바 자리 서너개가 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2층으로 올라가면 테이블이 세개? 정도 있다. 중국의 향취가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

폴란드인이 하는 중국음식점에 가면 가끔 한자가 쓰인 액자가 거꾸로 걸려있곤 하는데 

항상 말해줄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안 말하고 나와버렸던 기억이 난다.


가게에 들어와 앉아있는데 종업원이 메뉴를 가져오지 않는다. 기다렸다. 기다리고 기다리는데 오지 않았다.

결국 부르러 가니 그제야 올라오는 종업원.


"메뉴 주세요."

"저희 가게는 메뉴가 없어요."

"... 그럼 뭐가 있어요?"

"!@#$%^&*()_)(*&^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오리고기요. 그리고 면, 흰밥, 볶음밥 추가할 수 있어요."

"... 돼지고기 맵게 해서 볶음밥이랑 같이 주세요."


이 가게 페이스북에 종종 도대체 폴란드에서 어떻게 구했나 싶은 엄청 신선한 해산물 사진들이 올라오는데 

이런 해산물 메뉴는 미리 예약 주문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나온 돼지고기와 볶음밥.


평:  맛있다! 와 맛있다! 재방문 의사 있음!

우선 냉동야채가 아닌 신선한 야채를 쓴 것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 샐러리도 당근도 브로콜리도 다 신선했다.

고추도 건고추를 넣어서 굉장히 개운한 매운맛이 좋았다. 


가격은 총 30 즈워티 가량 나온 것 같다. 

당시 환율(2014년 6월)로 만 원 정도 하는 금액이니 폴란드 물가에서 비싼 축에 속하지만 

우선 양도 깡패처럼 많았고 차도 공짜로 주고 볶음밥도 맛있어서 비싸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왜 내가 포즈난에 살 때는 이런 가게가 없었을까....



이 글을 쓰려고 가게 페이스북에 오랜만에 들어가 보았는데 드디어 메뉴가 생겼다.

목 아픔을 호소하는 종업원을 위해 드디어 메뉴를 만들었다고 한다.


(출처: https://www.facebook.com/OjjisanMilkBar)

가게도 확장공사 및 리모델링을 했는지 요로코롬 삐까뻔쩍해졌다.

(출처: http://poznan.travel/pl/r/gdzie-zjesc/kuchnia-chinska-w-rico-s-kitchen)


포즈난에서 진짜 중국음식을 맛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맛집!

그나저나 오랜만에 포즈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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