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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mazan 2013

여기저기 2013. 8. 7. 02:00


작년 여름에 아르메니아에서 그루지야를 걸쳐 터키에 가는 여행을 할 때, 

하필이면 터키에 도착하기 1주일 전쯤인가에 라마단이 시작되었다.


다른 이슬람 국가들에 비하면 터키는 굉장히 자유로운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엄연한 이슬람 국가라서 많이 걱정이 되었다.

(이란에 가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일본인 친구는 울기 일보 직전ㅋㅋ)


하지만 다행이도 터키는 관광으로 먹고사는 나라라서 그런지, 

관광지로 크게 발달한 지역을 제외한 곳에서 맥주를 사기 힘들다는 것 빼고는 라마단이라서 크게 힘든 점은 없었다.

(하지만 여름에, 그 무덥고 건조한 터키에서 맥덕인 나에게 맥주를 못 먹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었음...)


라마단 기간에 터키에서는 해가 지는 시간에 자미(Cami, 터키어로 모스크)에서 에잔(Ezan)이 흐르고

그때부터 낮시간 동안 단식을 하던 터키인들이 식사를 하기 시작한다. 

그 시간에 맞춰서 자미에 가면 이프타르(Iftar)라고 부르는 밥을 공짜로 먹을 수 있고, 

마침 그 시간에 우연히 자미 옆을 지나가다가 먹어보았던 적도 있다.

라마단 기간 중 어느날, 샨르 우르파의 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시간이 맞아서 터키인 가족들과 함께 이프타르 피크닉을 했던 적도 있다.


그리고 새벽 3시쯤 해가 뜨기 전, 북치는 청년이 정말로! 크게! 북을 치고 돌아다니면서 아침을 먹으라고 모두를 깨운다.

예전에 터키의 호텔에서 잠이 오지를 않아서 새벽에 로비에 내려가서 와이파이를 하고 있었더니

직원들이 아침 먹을 시간이라고 같이 먹자며 음식을 나눠주기도 하였다.


이것이 내가 경험한 터키의 라마단.



이태원에는 이슬람 사원이 있다. 주변에 잘 보이지 않을 뿐이지, 한국에 있는 이슬람 신자의 수도 꽤 된다고 한다.

2년 전쯤, 예전에 터키인 친구가 라마단 기간에 이슬람 사원에 가면 공짜로 밥을 먹을 수 있다며 

시간이 맞으면 함께 가서 구경도 하고 밥도 먹자고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결국에 둘다 시간이 맞지 않아서 결국 못 갔음. 

사실 그 당시에는 이슬람 문화에 별로 관심도 없었고 라마단이 뭔지도 잘 몰랐다. 


하지만 터키에 다녀온 뒤로 항상 한국의 라마단에 대해서 궁금하게 생각해왔고 결국에는 친구와 이슬람 사원을 방문하였다.

친구와 이태원역 3번 출구에서 만나서 이태원 근처를 구경할까 하다가 너무 더워서 그냥 빨리 어딘가에 들어가기로 했다.

친구가 바클라바를 먹어본 적이 없다고 하길래 여러 종류를 섞은 바클라바 200g을 구입해서 이슬람 사원을 향해 가다가 

Foreign Food Market에 들러서 구경 좀 하는데, 역시 동유럽에 살던 나에게는 동대문의 러시안 마켓이 더 재밌었다. 

여기는 이전에 접해보지 못한 동남아나 중동 식자재도 많아서 뭔가 낯설었음.


폴란드에서는 무슨 요리를 해도 맛있게 느껴졌는데 한국에 와서 직접 요리를 해서 먹으면 이상하게도 정말 맛이 없다...

그래도 내 요리의 별점을 매기자면... 별 테두리 마저 아까울 정도. 요새는 냐가 주방에 가면 엄마가 신경질을 내곤 하신다...

그래서 선뜻 요리할 용기는 안 나고 미리 조리되어서 데우기만 하면 되는 3분 카레같은 걸 사고 싶은데 

그다지 보이지 않아서 나오려는데 문 앞에 3분 카레가 잔뜩 쌓여있었다. 

가격도 천 원! 원래는 3,500원 짜리인데 세일을 한다고 했어요. Youpi!


그래서 8개나 사고 또 다른 가게에 가서 난같은 빵도 샀어요. 아 무거워!!!!!!!!!!!!!!!


이슬람 사원 앞에는 사원 앞 카페 벗이라는 카페가 있다! 저번에 들어가보고 싶었는데 못 들어가봐서 오늘 가기로 했다.


대부분 테이크아웃 손님이고 가게 내부에는 테이블이 딱 하나 있고 자리가 아주 협소함.


이태원의 다른 카페들과 비교해 커피가격이 저렴하고 아주 크다. 

에서 사온 바클라바를 먹어도 될 지 여쭤봤는데 흔쾌히 괜찮다고 해주셨다.

6천원어치 바클라바. 저 바클라바 한 조각에 350칼로리란다. 오늘 나와 내 친구는 30분만에 천 칼로리를 섭취헀네? 아이고!


7시쯤 이슬람 사원 안에 들어갔다. 매일매일 해가 지는 시간이 바뀌기 때문에 이프타르를 먹는 시간도 바뀌는데, 

사원에 있는 분께 여쭤보니 제가 방문했던 8월 7일에는 7시 40분에 해가 진다고 말씀해주셨다.

이태원 이슬람 사원에 처음 와보는 친구와 함께 조금 구경을 했다.


물, 우유, 오렌지색 주스(무슨 주스인지 못 봤음), 바나나, 대추야자. 그리고 이프타르를 기다리는 사람들.


이 사진을 찍은 뒤 어떤 신도분께서 여성신도분들이 모여 계신 곳으로 안내해 주셨다. 그리고 꼭 밥 먹고 가라고(!)

종교의 특성상, 타인인 내가 그곳에 계신 신도분들이 들어간 사진을 찍으면 불편해하신다고 하셔서 내부 사진은 찍지 않았다.

처음에 뻘쭘하게 앉아 거기에 널려있던 안내지를 읽다가 안에 전주에 있는 이슬람 사원 사진을 봤는데 예뻐서 꼭 가보고 싶었다.

거기서 만난 이슬람교로 개종하신 한국인 여성분을 만나 이슬람교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듣고 궁금한 것도 많이 여쭤봤다.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 대추야자. 아 달다. 꿀이나 설탕에 절이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달다. 아 달아.


에잔이 울리면 앞에 있는 과일과 음료를 먹고 기도를 한다. 그리고 조금 기다리면 밥을 먹을 수 있다.

오늘의 밥. 양파, 오이, 당근이 들어있는 샐러드, 라바쉬, 비리야니, 감자가 들어있는 엄청 맛있는 이름 모르는 수프, 닭고기.

개인적으로 엄청 맛있었는데 신도분께 여쭤보니 매일 맛있는 건 아니고 맛 없는 날도 종종 있단다.


오랜만에 저런 풀풀 날리는 밥을 먹으니까 되게 맛있었다. 

폴란드 가기 전에는 저 쌀이 너무 맛있어서 엄마한테 한국쌀 그만 먹고 저 쌀로 바꾸자고 하기까지 했는데(물론 단칼에 거절당함.)

폴란드에서 돈 없을 때 어쩔 수 없이 사먹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너무 싫던 저 날리는 안남미. 여기 오니까 맛있네. 

폴란드 다시 가게되면 또 싫어지겠지? 폴란드 다시 가면 아시아 마트가서 한국쌀 10 kg 짜리를 미리 사놓고 걱정없이 먹을거임...


집에 인도커리가 든 큰 봉지를 들고 들어가니까 엄마가 뭐냐고 물어보시더니 한접시 만들어서 가져다 주기를 요구하셨다.

엄마가 하라고 하시면 해야지... 그냥 먹으면 심심할 것 같아서 달 마카니 커리에 닭가슴살과 다진 토마토를 넣었다.

엄마가 맛있다고 칭찬해주심. "너가 만들었지만 인스턴트이기 때문에 맛있나봐." 라는 말도 덧붙여주심. 얄미운 우리 엄마.

식탁 가기 귀찮으니까 내 앞으로 대령하라는 우리 엄마. 인도요리니까 바닥에서 손으로 드시는 우리 엄마. 

흘리지 말라니까 흘리는 우리 엄마. 물론 설거지는 또 니가 하라는 우리 엄마. 마마 마무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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