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샤바 피에스 취 수카(Pies Czy Suka)

식도락일기 2013. 8. 29. 06:00


바르샤바에서 내가 가본 술집들 중에서 제일 맘에 드는 곳인 Pies Czy Suka. 

가게 이름이 아주 거칠다. Dog or Bitch, 개 혹은 개년. 이런 상호명이 허가가 난 것이 신기하다.


바르샤바, 아니 폴란드에 이런 좋은 바가 있다니. 놀랐다. 내가 너무 학생들 가는 곳만 가서 그랬나?

여기도 어디 건물 사이에 숨어있어서 지나치기 쉽다. 오랜만에 홍대 생각이 나던 곳.

ul. Szpitalna 8A, Warszawa에 있다.


낮에는 커피와 샐러드, 샌드위치, 수프같은 간단한 식사류를 주로 파는 디자인 스토어, 밤에는 칵테일 바가 되는 Pies Czy Suka.

자세한 정보는 Pies Czy Suka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piesczysuka)에서 확인 가능하다.

폴란드어 뿐만이 아니라 영어도 지원한다.

 

'Hot Dog(Gorący Pies)'와 'Hot Bitch(Gorąca Suka)'라는 이름의 핫도그. 둘의 차이는 뭘까. 다음에 가면 먹어봐야지.

Góral(산사람)맛 핫도그 안에는 내가 좋아하는 Oscypek 이라는 폴란드 양우유 훈제 치즈가 들어가 있을 것 같다.


폴란드 남쪽의 자코파네라는 타트리산 근처의 도시에 가면 구운 오스치펙을 크랜베리 잼과 같이 먹을 수 있다.



이 곳은 계절마다 각 계절에 어울리는 다양한 칵테일을 내놓는데,

작년 11월 쯤 이곳을 방문했을 때에는 가을 칵테일 시즌이었다. 


Złota Polska Jesień. 폴란드의 노란 가을.

보드카와 마멀레이드를 브랜디와 섞고 위에 오렌지 비터스를 몇 방울 더한 칵테일. 


컵받침(코스터)도 병을 감싸고 있는 장식도 다 나뭇잎이다. 너무 예뻐서 받자마자 진짜 감탄했다. 

나는 별로 꼬냑도 씁쓸한 맛도 좋아하지 않아서 내 입맛에 딱히 맞지는 않았지만 장식이 너무 예뻐서 맛있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칵테일 재료 중에서 많이 쓰이지 않지만, 없으면 허전한 Angostura bitters(앙고스투라 비터스)라는 리큐어가 있다.

특유의 향을 내기 위해서 한 잔당 몇 방울씩만 사용하기 때문에 한 병을 사면 몇 년을 쓰는 리큐어라, 수요가 그리 많지 않아서 

우리나라에는 지금 정식 수입이 되고있지 않다. 덕분에 손바닥만한 크기의 리큐어 주제에 가격이 큰 양주 한 병 뺨친다!


From Burak with love. 사랑을 담아, 비트로부터.

폴란드어로 서양 빨간무인 비트(Beet)는 Burak이다. 


터키 남성 이름 중에 'Burak'이라는 이름이 있다. 폴란드인들이 들으면 십중팔구 웃을 이름이다. 이름이 '빨간무'니까.

그 덕분에(?) 터키에서 폴란드로 교환학생을 온 부락들은 이름 때문에 놀림을 많이 받았다. 

내 친구 중에도 부락이 한 명 있었는데, 술 먹고 얼굴 빨개지면 넌 진짜 부락됐다고 엄청 많이 놀리곤 했다. Pardon...


폴란드에서도 자주 먹는, 우크라이나 전통음식이지만 러시아요리로 더 많이 알려져있는 

보르쉬(Борщ, 폴란드어로는 Barszcz, 바르슈츠)의 재료인 비트로 만든 칵테일.


비트즙과 보드카를 샤르트뢰즈(Chartreuse)와 섞은 칵테일이다.

위에 있는 것은 안주로 먹을 수 있는 홍당무 칩 이라는데 우리는 그냥 내버렸다. 그냥 장식인 줄 알았지;


국이나 끓여먹고 샐러드나 해먹던 비트로 만든 칵테일은 처음이라서 너무 신기했다. 맛은 비트맛. 내가 상상하던 바로 그 비트맛.

근데 역시 유럽이라서 그런지 한국에서 수입이 안 되는 여러가지 리큐어들을 넣은 술을 많이 맛볼 수 있어서 좋았다.

샤르트뢰즈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수입이 되지 않고 가끔 깡패 가격으로 소량 수입된다고 한다.

이름은 프랑스의 샤르트뢰즈 수도원에서 만들어서 샤르트뢰즈. 


Kwaśna Marta, 신(sour) 마르타.

포르투갈 포르투 지방의 와인, 레몬주스, 체리잼, 메이플 시럽을 섞은 칵테일.


위에 있는 하얀 부분은 젤라틴?같은 것으로 만든 거품인데 안에 연기를 쐬어서 거품에서 낙엽 태우는 냄새가 난다.

가을에 완전 어울리는 칵테일! 거품도 칵테일도 맛있었다. 신맛을 좋아하는 내 입맛에 딱.


Wspomnienie Lata, 여름의 추억.

잭다니엘 허니, 레몬주스, 당근주스, 마멀레이드, 오렌지 비터스를 섞은 칵테일.


레몬 껍질로 장식을 한 것도 되게 귀엽고 당근주스랑 꿀 위스키가 너무 잘 어울려서 맛있었다.


2층에 올라가면 디자인 상품들과 자전거를 판다.


이런 것도 팔고.



포즈난에서는 보통(바르샤바는 수도라서 물가가 전체적으로 더 비싸다.) 

펍에서 맥주 한 잔에 싼 곳은 5즈워티(1,750원) 가격이 좀 나가는 곳은 10즈워티(3,500원) 

칵테일은 보통 장소에 따라서 13~20즈워티(4,550원~7,000원) 정도 하는데(물론 호텔같은 곳은 더 비쌈.)

여기는 제일 싼 메뉴가 20즈워티(7,000원)이고 보통 메뉴가 거의 25즈워티(8,750원) 이상이라 가격대가 낮지 않아서 그런지 

전체적인 손님 연령층이 엄청 높았다. 학생은 한 명도 없었던 것 같고 거의 다 직장인 위주. 같이 간 사람들도 다 직장인 이었다.


폴란드, 그것도 학생도시인 포즈난 물가에 익숙해져 있었던 나인지라 

처음에 여기에서 메뉴판을 봤을 때 "아니 왜 이렇게 비싸!"하면서 놀랐다.

하지만 한국에서 강남에 있는 유명한 바에 갔었을 때를 떠올리며 

여기보다 덜 맛있는 칵테일을 2배는 비싼 가격에 주고 마셨던 기억과 비교해보니

"아... 난 지금 폴란드의 저렴한 물가 덕분에 이런 좋은 호사를 누리는구나." 했다. 


학생들이 자주 가는 보통 술집들에 비해서 가격이 배는 비싸지만 여기 칵테일 퀄리티를 생각하면 돈이 하나도 안 아깝다.

다음에 바르샤바에 가게 되면 또안 포(http://babushka.tistory.com/30) 다음으로 가장 가고싶은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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