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

데日리 2017. 2. 22. 02:24


6개월의 대장정이 끝났다. 나는 사실 무언가를 길게 잘 못 하는 사람이라 정말 중간에 그만둬버릴 줄 알았는데, 기리기리(?)하게 결국 마쳤다. 작년 가을 잠시 유럽에 다녀온 뒤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붕 떠 버려서 현실에 집중도 못 하고 컨디션도 별로였는데 이걸 극복하지 못하고 또 역마살이 도져 일본으로 도망가버리는 바람에 사실 여러모로 뒤처져버렸다(그래도 스트레스는 받지 않음. 긍정!) 작년에 갔던 조금 큰 병원에서 만난 의사 선생님께서 5분짜리 형식적인 3천 원 짜리 공장식 처방전 진료가 아닌 나의 식습관, 생활방식, 마음을 듣고 진단을 내려주셨다. "술 그만 드시고요(싫어요), 커피 그만 드시고요(안돼요), 밀가루 음식 피하시고요(이건 그나마 지킬만하네), 스트레스는…. 안 받으시는 것 같으니 이대로 지내시면 되겠네요(근데 술, 커피 끊으면 스트레스받을 것 같고요?)." ?스트레스 안 받을 것 같다는 말,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지금보다 많이 어리던 시절,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별것도 아닌 스트레스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리며 수면제 없이 잘 수조차 없었던 그 시절이 떠올라서였을까. 요즘은 너무 자서 탈이다. 얼마 전 타향생활에 힘들어하던 에리의 고민을 들어주었던 그 날, 에리가 나를 "반짝반짝 빛나는 태양 같은 사람"이라고 불러주었다. 간질간질 일본어 표현을 한국어로 바꾸니 몹시 오글거리긴 하지만, 내가 인생에서 받았던 칭찬 중 가장 기분 좋은 칭찬이었다. 내 마음도, 타인의 마음도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는, 할머니가 되었을 때 주름에 미소가 녹아있는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플레이 리스트에서 키린지의 drifter가 흘러나온다. この街空の下あなたがいるかぎり僕は逃げない 이 거리 하늘 아래 너가 있는 한 나는 도망치지 않아. 나의 거리 하늘에 너는 없지만 내가 있으니까 나는 도망치지 않아!!! 니게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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