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데日리 2013. 9. 23. 02:20


1. 

문과순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나는 참 책을 못(?) 읽는다. 

글을 읽기는 하는데 머릿속에는 잘 들어오지 않는다. 집중력의 부족인가.

한글인데도 안 읽히는데 외국어로 된 책은 오죽할까.

그래도 학교 교재는 읽는다. 한 챕터가 짧거든.


학교를 멀리다녀서 버스 안에서 버리는 시간이 참 많은데, 

나는 불규칙한 수면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인간이라서 부족한 수면보충을 위해서 버스 안에서는 자야한다. 

덕분에 버스만 타면 자는 습관이 생겨서 여행 할 때 야간버스 이동에 불편함이 전혀 없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최소 30분 최대 2시간 걸리는 단거리 미니버스에서 마저 잠을 자는 것.  


예전에 여행다니면서 쓴 일기 보면 

"내릴 곳을 또 지나쳤다. 말도 안 통하면 정신이라도 바짝 차려야 하는데 이러다가 장기 팔리겠다."

라는 글이 일주일에 한 번 씩은 꼭 쓰여져 있더라. 


다행이도 아직까지(!) 내 장기는 멀쩡하다. 맹장도 있다. 아직 우주여행 가능함.



2. 

데낄라 냄새가 싫다. 


예전에 아는 언니가 직접 만든, 알고보니 상한! 코티지치즈를 맛 본다고 먹어본 이후에 

다같이 데낄라를 마시고 나 혼자 엄청나게 탈이 난 적이 있다. 


태어나서 위액이라는 것을 처음 봤다. 위액은 노란색이었다. 호박죽 노란색.

토를 얼마나 열정적으로 했는지 눈에 실핏줄 마저 터졌었던 그 날의 게워냄.

아마도 그 때부터 나도 모르게 데낄라에 대한 거부감이 생겼나보다.


얼마전에 친구들과 데낄라를 병으로 시켜서 마셨는데 두 잔 마시고 땡 했다.

술을 마신 후에 올라오는 데낄라 냄새에서 핏줄 터진 흰자를 떠올렸다.


그래도 빠뜨론은 꼭 한 번 마셔보고 싶다. 



3.

외국어를 배우다보니 는 것이 하나 있다.

대화문 만드는 기술. 

길 물어보는 거 지겹다. 가족에 대해 물어보는 거 지겹다.



4. 

교재가 한국어로 되어있을 때 너무 기쁘다.

하지만 우다례니에가 찍혀있지 않은 러시아어 교재는 정중히 반품하고 싶다.



5.

나타샤의 메일이 아주 친절했다. 러시아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게다가 영어로 보내줬다. 러시아 자판은 아무리 연습해도 못 외우겠다. 

그러므로 올해(...거의 다 끝났지만! 긍정인은 올해가 2달 반이나 남았네!라고 합니다.) 목표를 러시아어 자판 외우기로 삼겠다.


갑자기 내 메일에 죽어도 답장도 안 하고 회사 전화도 오질라게 안 받던 바르샤바의 미하우가 생각난다.

미하우씨는 왜 일주일에 세 번만 나오시고 휴가는 왜 그렇게 긴데요?

휴가 끝나고 돌아오셔서 전화는 왜 오전 10시부터 3시까지만 받으시는데요?

거기에 왜 12시부터 1시까지는 점심시간 인데요? 시간 맞춰서 전화 걸어도 왜 안 받으시는데요?

전화를 안 받으실 거면 메일이라도 좀 읽어요. 

내가 영어도 아니고 친절하게 당신네 나라 말로 예쁘게 특수문자도 다 바꿔서 정중한 메일 보냈는데 왜 답장 안 하냐고요. 


결국에 포즈난 지사에 전화해서 해결은 봤다만...

미하우씨 그렇게 살지 말아요............................... 내 스카이프 크레딧 돌려도.



6. 

아. 그는 생각보다 대단한 사람이었습니다.


능력이 있다면 예술을 하고싶다.

갑자기 고등학교 1학년 때 미술선생님이 내가 그린 그림을 평가하기를 포기한 순간이 생각났다.



7. 

BBB 시스템은 참 이상하다. 왜 나한테 자꾸 태국어 우크라이나어 몽골어 통역을 부탁하는건데?


얼마전에 기어줴~씨티에서 엘리베이터에 갇힌 어떤 미국인을 통역해달라는 전화가 왔다.

영어를 못 하는게 아니라서 도와주기는 했는데 기어줴~씨티는 세 번 들은 이후에 알아들었다.

기어줴~씨티와 거제도 사이의 괴리감...


어쨌든 데이빗 같은 목소리의 미국인은 119의 도움을 받아 안전하게 탈출했답니다!



8.

오늘 모기를 세 마리 잡았다.

이제 가을도 됐으니 자연의 섭리에 따라서 좀 생을 마감해주세요 모기님들.

지겨운 홈키파의 오렌지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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