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어려움

데日리 2013. 9. 24. 04:26


역시 낮보다는 밤에 글이 잘 써진다. 

특히 억지로 쥐어짜서 써야하는 글일수록 새벽에 더 잘  짜여나온다.


불변의 진실: 제출일이 다가올수록 글 쓰는 속도는 빨라지지만 내용은 개차반이 되어간다.


러시아어 작문숙제 할 때마다 진짜 미추ㅕ버리겠다. 단어량이 너무 부족해서 글을 잘 쓸래야 쓸 수가 없다.

고작 한 학기 배우고 2학년 2학기 수준의 수업(이지만 연수를 다녀온 고학년 학생들이 듣는 원어수업!)을 따라가려니 죽을 맛이다.

1학년 수업에서 커튼, 냉장고, 정원, 1층, 아파트, 방 이런 단어나 배우고 있는데 작문을 어찌하리오...

이중전공 바꾼 내가 죄인이다. 죄인. 흑흑. 이번주부터 단어를 하루에 50개씩 외우겠다고 목표를 세우지만..................?


결국에 또 초고를 폴란드어로 쓰고 폴란드어를 러시아어로 바꿔버린다.

폴란드어의 힘을 빌리지 않고 머릿속에서 쑥쑥 러시아어 작문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어쨌든 출국 이틀 전에 샀던 포켓 폴란드어-러시아어 사전이 이렇게 나에게 큰 도움이 될 줄 몰랐다.



그래도, 비교언어학 책 읽을 때 느끼는 재미로 러시아어 이중전공을 한다.라고 멋있게 쓰고

폴란드어랑 비슷한 단어 쉽게 외우는 재미로 러시아어 이중전공을 한다.라고 솔직하게 읽는다.


어쨌든 슬라브어를 2개 이상 전공하는 모두에게 한국문화사에서 나온 슬라브어 역사 비교 언어학 연구라는 책을 추천!

태어나서 읽어본 제목에 '역사'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음운론에 대해서 나오는 파트 III부터 VI까지는... 노코멘트. 그래도 꿋꿋하게 읽음.


"슬라브어 역사에 대한 연구는 슬라브어 연구 전체의 시발점이 되며, 그 중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슬라브학자도 이견을 달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한국어로 된 관련 자료는 턱없이 부족하고, 기존의 러시아어 자료는 너무 복잡하여 슬라브어를 연구하려는 학부생이나 대학원생에게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지금 러시아어 문법을 가르쳐주시는 교수님도 전공으로 슬라브어 비교언어학을 하셔서 수업 들을 때마다 즐겁다.

완전 내 롤모델이다. 그 때문인지 요새 자꾸 학업을 연장하고싶다.


수업이 끝난 후 교수님은 나에게 "다 스비다냐" (러시아어로 안녕히계세요) 대신에

"도 비제냐." (폴란드어로 안녕히계세요.)로 인사해 주신다. 

그 때면 나는, 마치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에 나오는 프란츠가 된 기분이 든다. 

근데 이 비유 좀 이상해...... 내가 제 정신이 아니야....



결론 1: 내 엉망 작문을 고쳐주는 루스끼 친구들, 발쇼예 스빠씨바!!!!!!!!!


결론 2: 스트레스 받아서 방금 인터넷으로 신발과 블라우스를 샀다.


여담: 오늘 모기 6마리 잡았다. 내 방에 모기 양식장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데日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Что делать?  (2) 2013.09.25
스트레스성 쇼핑  (6) 2013.09.24
근황  (8) 2013.09.23
Sen  (2) 2013.09.19
해서 되는 것과 하면 안 되는 것  (4) 2013.0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