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누스(Snus)

이것저것 2013. 5. 5. 03:33


작년 5월, 한국에서 만난 스웨덴 친구가 폴란드를 방문하였다. 

그 친구가 갑자기 뒷주머니에서 동그란 곽을 꺼내더니 나에게 말했다. 


"야, 이거 한 번 해볼래?" 

"이게 뭔데?" 

"스누스(Snus)라고, 스웨덴 담배야." 


갑자기 주변에 있던 폴란드인 친구들이 나를 극구 말렸다.


"너 담배 안 피잖아. 이거 갑자기 하면 너 졸도해."


그래도 궁금했다. 그래서 친구에게 하나 받아 지갑에 넣고 집에 왔다.

기숙사에서 혼자 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스누스 생각이 났다. 친구가 했던 것처럼 윗입술과 윗잇몸 사이에 스누스를 끼워넣었다.

기분이 요상했다. 머리가 어질어질 하면서 윗입술 속이 아팠다.

이것이 바로 나의 최초의 스누스 체험.



작년 10월, 드디어 가고 싶은 스웨덴에 가게 되었다. 

스톡홀름에서의 두 번째 밤, 친구와 함께 맥주를 마시고 친구네 집에 들어왔다.

스웨덴 시나몬 번(Kanelbullar, 카넬불라)를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며 

'typical swedish night(?)'을 보내고 있었는데 

친구가 갑자기 무릎을 탁 치더니,


"오, 너에게 진정한 스웨덴을 보여주겠어!"


하더니 냉동실에서 스누스를 꺼냈다. 


"나 그거 해봤어."

"어땠어?"

"그냥 조금 어지럽고 끝났어. 별로 아무렇지도 않던데?"

"오, 정말? 나는 이거 처음했을 때 술 엄청 먹고 했다가, 결국에 다 토했어."


그리고 우리는 스누스를 하면서 Cinamon Chasers의 Luv Delux 뮤직비디오를 봤다.



그나저나, 나도 그랬고, 많은 사람들이 의례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외국에서 하는 파티라 하면, 무슨 엄청나고 대단한 파티를 기대하는데 이것은 다 미국이 망쳐놓은 이미지이다.

파티=자신이 사 온 술/혹은 주최자가 준비한 술을 마시면서 수다 떨다가 

할 말 없어지면 유투브 보다가 또 수다 떠는 것. 

리고 더 취하면 클럽에 갔다가 그리고 또 들어와서 술 마시는 것. 이것이 전부.


어쨌든 친구는 이 비디오가 너무 마음에 든다며 우리는 이 비디오를 봤고, 

친구는 잠깐 창고에서 내일 수업에 필요한 책을 가져오겠다며 나갔다.

갑자기 머리가 너무 아팠다. 구토의 욕구가 밀려왔다. 젠장. 이거구나. 


이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엄청 정신이 없다.

술 + 스누스 + 정신없는 영상 = 두통을 동반하는 구토유발.

그리고 나는 친구가 돌아오기도 전에 쓰러져서 잤다.

이것이 바로 나의 두번째 스누스 체험.



1주일간의 즐거운 스웨덴 여행을 마치고 출국 직전, 마트에 들려 쇼핑을 하였다.

스누스에 대한 그다지 즐거운 추억은 없었지만 

"에이, 그래도 스웨덴까지 왔는데..." 하면서 스누스 세통(한통에 5천 원 가량)을 샀다.

스웨덴을 제외간 유럽 연합 국가 내에서 스누스를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래서 더욱더 스누스를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폴란드에 돌아와서 기숙사에서 다시 한 번 스누스 도전!을 하였다.

그제서야 나는 왜 사람들이 스누스를 하는지 이해했다. 스누스를 하면 기분이 뭔가 이상하면서 안정이 된다.



내가 여태까지 해봤던 세 통의 스누스. 


내가 태어나서 처음 해본 스누스. 폴란드 야간 기차에서 자고 있는데 어떤 놈이 내 지갑과 이 스누스를 훔쳐갔다. 왜!



내가 태어나서 두 번째로 해본 스누스.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스웨덴인이 쓰는 걸 따라 사면 중박은 치지 않을까 싶어서 친구들이 하던 것을 보고 따라 샀다. 



말뫼(Malmö) 중앙역에 있는 슈퍼 아저씨가 이게 제일 맛이 좋다고(?)해서 샀다.


근데 이름이 조금; 그렇다. 예테보리 레이프(?) 예테보리 강간(?)

e위에 악센트 표시가 찍혀있는 é를 쓰길래 영어는 아니겠지 싶어 조금 찾아보니,

스페인어에서 Rapé는 Tabaco en polvo, 가루 담배라는 뜻. 그러므로 '예테보리 라페'가 올바른 발음.


갑자기 오스트리아에 있는 Fucking[푸킹]이라는 동네가 생각난다.

2004년 마을 개명에 관한 투표를 하였으나 결국은 바꾸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한다.

https://en.wikipedia.org/wiki/Fucking,_Austria


스누스를 열면 이렇게 정갈하게 포장이 되어있다. 24개가 들어있고 니코틴 함유량은 8 mg/g이라고 한다. 

나는 흡연자가 아니므로 니코틴 함유량이 많은가 적은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내가 너무 깜짝 놀란 것. 아니 왜 스누스가 젖어있지? 


스누스의 종류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1. Loose Snus

:파우더 형태로 되어있어서 자기가 원하는 양만큼 쓸 수 있는 타입.


2. Portion Snus

:위에 나온 스누스들처럼 백 안에 들어있는 타입

포션 스누스는 Original Portion과 White portion으로 나뉘는데, 

Original Portion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든 스누스로 바로 위의 스누스와 같이 젖어있는 타입.

White portion은 위에 위의 스누스처럼 말라있는 타입. 맛이 조금 더 부드럽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말라 있는 White portion을 선호한다. 

http://www.snuson.com/forum/showthread.php?18379-Drying-out-wet-snus 

(이분도 맘에 들지 않으신지 말리고 싶어하신다.)


사용한 스누스는 뚜껑 위의 공간에 넣는다. 참 센스있다!


스누스 사용 방법은 스누스를 꺼내서 윗입술과 윗잇몸 사이에 넣는다.

그러면 이런 입모양을 가지게 된다. 내가 이거 하고 있으면 다 원숭이라고 놀렸다. 내가 봐도 웃기다.

사용 시간은 10~15분 정도이고 윗입술 안쪽의 피부가 아프면 빼도 된다.


백문이 불여일견, 친절한 노르웨이인이 유투브에 자상스럽게 사용방법을 올려놓으셨다.



5월달부터 한국에 스누스가 수입된다고 한다. 한통의 가격은 2만 원 선이라고 하는데, 

스웨덴 수입품이라 가격이 조금 나가다 보니, 대중화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 싶다.


스웨덴에서는 담배를 피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많은 사람들이 스누스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스웨덴 친구 중 한명은 한국에 올 때 스누스 20통을 사왔다. 

더 사오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었다며 슬퍼하던 그 아이의 표정이 잊혀지지를 않는다.



스웨덴 남자들의 스누스 사랑으로 인해, 이들의 바지 뒷주머니를 보면 이러한 '스누스 자국'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잦은 스누스 사용으로 윗니가 누렇게 착색된 경우도 많다.


폐암을 유발하는 태우는 담배와 달리 스누스는 구강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연기와 악취로 피해를 주는 태우는 담배보다 스누스같은 담배를 사용했으면 좋겠다. 

담배는 기호식품이니까 사용을 말리지는 않겠지만 남에게 피해는 주지 말자-_-


더 자세한 스누스 정보는 http://en.wikipedia.org/wiki/Snus 여기에서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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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포스터

여기저기 2013. 5. 5. 01:24


소연방 시대의 프로파간다 포스터를 떠올리게 하는 포스터 두장.

포즈난 중앙역에서 찍은 사진.


해석: "나는 담배 핀다, 고로 냄새난다." (좌측)

     "담배 끊어!" (우측)



여담이지만, 폴란드인들은 정말 담배를 많이 핀다. 그렇다고 담배 가격이 저렴한 가격도 아니다. 

한갑에 보통 12즈워티(12zł, 한화 4200원 선.)정도로 물론 서유럽에 비하면 저렴한 가격이지만,

폴란드 내에서는 그 가격이면 보통 식당에서 밥을 한 끼를 먹거나 맥주 두잔을 마실 수 있다.

상대적으로 비싼 담배가격 때문인지 폴란드에서는 담배를 빌리는 사람도 많다.

(특히 동양인에게 많이 빌리는 것 같다.) 

학생 기숙사에서 몇몇 폴란드인들은 담배를 공짜로 안 빌려주고 한 까치씩 파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폴란드나 한국이나 길거리에서 담배 피는 사람들은 비호감이다. 

담배 피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모자를 씌워주고 그 담배 연기를 혼자 다 들여마시게 하고 싶다. 

하지만 친구들이 술자리에서 "담배 펴도 돼?"하면 "아니."라고는 못 하겠다-_- 가끔 정말 싫으면 싫다고 하지만.

폴란드도 역시 식당이나 술집에서 흡연은 불법이며 가끔 흡연이 가능한 술집이 있기도 하다. 

요새는 우리나라에서도 한창 유행했던 '전자 담배(폴란드어로 E-papierosy)'가 유행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연기와 냄새 때문에 담배를 싫어하기 때문에 스누스(Snus, 스웨덴산 입담배)하는 사람이 반갑더라.

남에게 피해도 주지 않고 폐암의 위험 또한 없다.

(구강암의 위험과 치아 착색이 있다고 하지만, 그런거 걱정하면 아예 하지 말아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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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즈난에서 바르샤바 가기

여기저기 2013. 5. 4. 02:16



폴란드 유학 시절 나는 수도가 아닌 폴란드에서 5번째 규모의 학생 도시인 포즈난에 살았다. 

내가 살던 동네에서 바르샤바는 300km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바르샤바에 가기 위해서는 기차를 타야만 했다. 

물론 버스를 타도 되지만, 빈도가 적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즈난에서 바르샤바로 향하는 기차는 4가지 종류가 있다.


1. Inter Regio(인테르 레기오) - 3시간 30분 정도 소요.

: 보통 Inter Regio는 싼 가격과 안 좋은 물;을 자랑한다. 조금 늦은 시간에 타면 취객으로 넘쳐난다.

물론 시설도 타의 추종을 불어한다. 무엇을 상상하든 최악을 볼 것이다.



내가 탔던 인테르 레기오의 모습. 지나갈 수 없다!


하지만 바르샤바로 가는 IR은 (아마도) 수도行이라서 그런지 Regio Ekspres라는 좋은 기차가 다닌다.

이 기차는 시설이 좋음에도 불구하고(내 생각엔 폴란드에 있는 기차 중에 제일 좋다.) 가격은 보통 IR과 거의 동일하다.

시간만 맞으면 이 기차를 타는 것을 강추. Polecam.



2.TLK(테엘카) - 3시간~3시간 30분 소요.

: 혹자는 말했다. 


"TLK는 한국의 비둘기호야." 


"여름에 타는 TLK는 Twój Letni Koszmar(해석: 너의 여름 악몽)야."


우리나라에 이미 존재조차 하지 않는 비둘기호... 이것이 바로 폴란드의 일반/보통 기차 TLK이다.

가격도 보통이고 시설도 보통이지만!

화장실. Oj 화장실! 

미리 역에서 돈주고 갈 수 있는 화장실에서 해결하고 기차 안에서는 물 마시는 것을 자제하길 바란다.

한푼을 아까워 하지 말기를 바란다. 정신 세계를 공격하는 화장실의 경험은 하지 않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



TLK의 바곤(Wagon, 객차라는 뜻의 폴란드어 단어.)

보통 2등석 객차는 8인 1실이지만 가끔 운이 좋으면 6인 1실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날처럼.

이 날은 7월 12일부터 8월 22일까지 약 40일간 했던 아르메니아-그루지야(조지아)-터키-불가리아여행에서 폴란드로 돌아온 날이다.

성수기의 비행기 값이 감당이 되지 않아 불가리아에서 폴란드까지 26시간 버스를 타고 왔다. 

그리고 폴란드의 카토비체(Katowice)에 도착하여 포즈난으로 기차 타고 가는 길. 

저 짐을 들고 40일을 걸었다. 하지만 열심히 먹고 마셔서 살은 빠지지 않았다.


3.Inter City(인테르 씨티)  - 2시간 30분~3시간 소요.

: 한마디로 말해서 (TLK보다 조금 더 깨끗하고 조금 더 빠른)새 기차. 

가격은 두배가 뛰는데 시간은 30분밖에 단축이 되지 않는다. 

내가 이 기차를 탔을 때에는 심지어 30분 연착^_^을 하였다. 물론 사과는 없다. 추후 환불도 없다. 

그리고 가장 신기한 것은 사람들이 불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4. Euro City(에우로 씨티) - 2시간~2시간 30분 소요.

: 바르샤바-포즈난-베를린을 잇는 기차. Euro라는 이름이 들어간 값을 한다.

그리고 가격도 폴란드 기차계의 부르주아다. 고급 기차이므로 학생 할인도 없다. 학생은 TLK나 타라.는 폴란드의 교훈.



기차 시간표 및 가격은 http://rozklad-pkp.pl/bin/query.exe/pn?(영어 버전)에서 확인 가능하다.


"Miłej podróż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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